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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中, 온라인 수업하라면서… '마찰' 단어에도 경고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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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각급 학교 온라인 강의

소설가 루쉰 '옛중국 뒤엎고' 예문 대화방에 올리자 연결 강제 차단

정자·난자도 음란하다며 열람 막아

텐센트의 여론 블로그도 폐쇄돼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중국 학교들은 문을 닫았지만 2억8000만 중국 학생은 매일 수업을 듣고 있다. 이달 초·중순부터 중국 초·중·고와 대학이 온라인 강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 인터넷이 교육과 학술 토론장이 되자, 촘촘한 중국의 인터넷 검열 실태도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중국 매체인 컴퓨터신문(電腦報)에 따르면 한 물리교사는 소셜미디어 단체 대화방에서 학생들에게 '마찰력'을 설명할 때마다 "위법한 내용이 포함돼 교사만 볼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 중국어로 마찰은 개인 간 갈등·충돌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중국 당국의 지시를 받는 소셜미디어 회사 측이 마찰을 '정치적으로 민감한 단어'로 지정해 놨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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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수업에서 교사들은 대개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 수업 자료를 올리고, 화상 채팅이나 음성 메시지로 강의를 진행한다. 상당수 학교와 교사가 웨이신(위챗) 등 일반 중국 소셜미디어나 동영상 사이트를 이용하다 보니 '키워드 검열'(특정 단어가 들어간 게시글을 삭제하는 방식) 때문에 수업이 중단된다. 올린 강의 자료가 갑자기 삭제되거나 단체 대화방 접속이 차단되는 게 대표적 사례다.

한 중국 네티즌은 19일 "선생님이 루쉰의 글을 단체 대화방에 올리고 '글의 요지는 인민이 옛 중국을 뒤엎고 신중국을 건설해야 한다는 내용이다'라고 설명한 후 얼마 있다가 갑자기 대화방이 강제 중단됐다"고 했다. '아큐정전' 등을 쓴 루쉰(1881~1936)은 현대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자신을 역사 교사라고 밝힌 한 중국 네티즌은 "일반적 정치 수업 내용, 역사 수업에서 청나라 이후 부분을 언급하면 '민감 단어'에 걸려 단체 대화방이 폐쇄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문(국어) 과목에서는 특히 루쉰의 문장은 절대 (온라인에서) 강의하면 안 된다"고 했다.

생물학·의학 온라인 강의의 경우 "외설적 내용"이라는 경고와 함께 단체 대화방이 폐쇄됐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강의 내용에서 정자·난자·생식기 관련 단어가 등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례가 이어지자 평소 인터넷 검열에 불만을 가졌던 네티즌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도 인터넷에서는 검열 대상이냐"고 반발했다. "온라인에 국기(오성홍기)를 올려도 삭제당할 판"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예정된 강의가 취소된 경우도 있다. 중국 칭화대는 지난 17일 온라인 강의를 시작했다. 칭화대 출신으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조직사회학을 가르치는 저우쉐광 교수의 온라인 강의도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이 강의가 최근 갑자기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저우 교수는 최근 미국에서 가진 학술 대담에서 우한 코로나 확산에 대해 "중국 통치 구조의 붕괴"라고 한 바 있다. 학생들은 온라인에 "(강의 취소에 대해) 최소한 설명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을 올렸다.

이런 논란이나 반발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중국 당국과 소셜미디어 회사들의 검열까지도 소셜미디어로 생중계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여론의 고삐를 더 조이는 양상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중국명 텅쉰)가 2012년부터 운영해온 여론 블로그 '다자(大家·여러분이라는 뜻)'가 19일 폐쇄됐다고 보도했다. SCMP는 텐센트 측이 폐쇄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고 했다. 이 블로그에는 그간 우한 코로나 관련 중국 정부의 대응, 언론 자유의 부재를 비판하는 글이 많이 올라왔다. 지난 1월 27일에 실린 '우한 폐렴 50일, 모든 중국인은 언론 사망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가 대표적이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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