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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N초점] 오스카·극장·독립영화 접수했다…여배우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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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라미란 전도연 전종서(왼쪽부터) / 뉴스1 DB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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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여배우들이 출연할 작품이 없어요."

몇해 전만 해도 여배우들의 인터뷰 때마다 나오고는 했던 푸념이다. 한동안 남성 중심의 장르물 일색이었던 충무로지만, 지난해부터 슬슬 시작된 변화의 조짐이 올해부터는 가시적인 성과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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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기생충' 배우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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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서도 알아보는 여배우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아카데미 작품상 등 4관광의 영예를 차지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여덟명 남녀 배우의 앙상블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송강호 최우식부터 조여정 박소담까지 '기생충'의 배우들은 누구하나 빠진다고 평가할 사람이 없을 만큼, 각자의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 중에서도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등 여배우들의 연기는 크게 주목받았다. 특히 예기치 못한 반전을 만드는 가정부 문광 역의 이정은과 백치미와 교양미를 동시에 갖춘 부잣집 사모님 연교 역의 조여정은 이들이 연기한 독특하고 매력있는 캐릭터로 인해서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관객들 사이에서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19일 진행된 '기생충'의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LA 길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봤는데 그저께 극장에서 '기생충'을 봤다면서 20분을 이야기 했는데 10여분을 조여정의 캐릭터에 대해서 계속 얘기했다. 연기와 캐릭터가 인상적이어서 하루 내내 그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은 우리나라 배우들의 아카데미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더욱 낙관적인 예측을 낳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기생충' 배우들이 남녀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데 실패해서 아쉬움을 준 바 있다. 하지만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제36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면서 또 한 번 아카데미 노미네이션에 대한 기대감을 몰고 왔다.

'미나리'의 경우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 뿐 아니라 한예리와 윤여정 등 우리나라 배우들이 참여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윤여정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어워드와치(Awards Watch)가 꼽은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조연상 후보에 도전할 유력한 배우로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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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컷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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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미디·범죄...장르물도 접수

영화제용 영화, 혹은 봉준호 감독이나 박찬욱 감독의 작품에서만 여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개봉하는 여러 상업영화들에서도 '우먼파워'를 느낄 수 있다.

'원톱 배우'로 우뚝 선 라미란은 코미디 영화 '정직한 후보'로 박스오피스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동명 브라질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남성 캐릭터였으나 한국판에 와서는 바뀌게 됐다. 연출자 장유정 감독이 라미란의 캐스팅을 위해 주인공을 여성 국회의원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라미란은 감독의 기대만큼 코미디 영화의 재미를 올곧이 견인한다.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와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서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연기는 코미디 장르 속에서 100% 강점으로 작용했다. 김무열, 윤경호 등 남자배우들과 보여주는 앙상블 역시 훌륭하다.

라미란이 코미디를 정복했다면 전도연은 범죄 장르 영화에서 강렬한 연기로 영화 전체의 중심을 잡았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 역을 맡은 전도연은 무려 영화의 중반에 등장함에도 불구, 본색을 숨긴 욕망 가득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영화 전체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역시 여러 명의 배우들이 비슷한 분량을 가져가는 멀티캐스팅 영화이나 연희 역할을 맡은 전도연과 그런 연희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미란 역할의 신현빈의 캐릭터가 더욱 돋보였다.

그밖에 3월 개봉을 앞둔 '콜' 역시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에 선 스릴러 영화다. 낡은 전화기를 통해 연결된 현재의 서연(박신혜 분)과 20년 전 과거의 영숙(전종서 분)이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이 영화는 주인공 박신혜와 전종서 뿐 아니라 김성령, 이엘이 비중있는 배역을 맡아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3월 5일 개봉하는 영화 '결백' 역시 배종옥과 신혜선 두 여배우가 각각 누명을 쓴 엄마와 엄마의 누명을 풀기 위해 애쓰는 변호사 딸 역할을 맡아 모녀 호흡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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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말금 2020.2.1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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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영화 페르소나들

독립 영화에서도 여배우들의 활약은 돋보인다. 지난해 '벌새'(감독 김보라)와 '메기'(감독 이옥섭)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두 영화 모두 여성 감독들의 작품으로 개성있는 시각과 그에 걸맞은 탄탄한 연출력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이들의 작품에서도 박지후와 김새벽('벌새'), 이주영, 문소리('메기') 등 여배우들은 오롯이 자신들만의 존재감을 보여줬고, 감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페르소나 역할을 톡톡히 했다.

3월 개봉하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영화 프로듀서 출신 김초희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갑자기 일이 끊겨버린 상황에 처한 40대 여성의 성장기를 그린 이 영화는 감독의 페르소나처럼 느껴지는 배우 강말금의 밝고 현실적인 연기로 한층 신선한 작품이 됐다.

재기발랄한 영화 '밤치기'로 주목받았던 정가영 감독의 신작 '하트'도 주목할만한 독립영화다. 감독 자신이 주연과 연출, 각본을 동시에 맡은 이 영화는 마음 따로, 사랑 따로 움직이는 관계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재기발랄한 발상이 돋보이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을 연기한 정가영은 여배우라기 보다는 감독이자 배우로 영화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예술가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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