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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우한 코로나보다 애국” 서울시 권고에도 ‘범투본’ 집회 강행…시민들은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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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투본, 서울시 ‘집회 금지’ 권고에도 강행… 5만 명 몰려
현장 찾은 박 시장 "집으로 돌아가라"... 행정지도 공무원도 배치
참가자들 "우리가 모이면 우한 폐렴 문제없다" 마스크 벗기도
시민들 "왜 하필 이 시국에" "‘제2의 신천지’ 되는 거 아니냐"
종로구,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범투본 측 종로서에 고발

"하나님이 우리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우한 폐렴은 물러가라!"

‘우한 코로나(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시가 ‘광화문 집회 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는 22일 집회를 강행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날 직접 집회 현장에 나와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했지만, 참가자들은 야유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종로구는 종로경찰서에 범투본 측을 고발 조치했다.

이날 범투본 집회에는 약 5만 명(집회 측 추산)이 참석했다. 이들은 광화문광장과 인근 4개 차로 위에 빽빽하게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진눈깨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가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는 궂은 날씨였지만, 마스크를 낀 참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인근에 45개 중대 2250명의 경력을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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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퇴진국민대회' 집회에 마스크를 쓴 채 참석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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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범투본 집회 등장해 "집 돌아가시라"…참가자들 야유하며 집회 이어가
서울시는 앞서 우한 코로나 확산 우려로 광화문·서울광장·청계광장 세 곳에서 당분간 집회 개최를 금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바이러스의 지역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고 감염병에 취약한 어르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특단 조치"라며 광장 집회 금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같은 방침에 우리공화당과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등은 집회를 취소했지만, 범투본만 예정대로 집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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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는 서울시 공무원 40명과 경찰 2250명이 배치됐다. 이들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도심 내 집회가 금지됐으며 추후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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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장에는 ‘도심 내 집회 금지’라고 쓰여 있는 현수막과 안내문이 광화문 광장 인근 곳곳에 내걸렸다. 서울시 공무원 40명도 행정지도를 하기 위해 인근에 배치됐다. 집회 인파 뒤쪽에는 집회 금지를 안내하는 방송 차량이 배치됐다. 스피커에선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시민 건강을 위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에 의거, 광화문 광장과 서울광장 청계광장 주변 도심에서의 집회를 금지합니다"란 안내 방송이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박 시장도 직접 현장을 방문해 집회 자제를 요청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1시 40분쯤 방송 차량에 올라 "하룻밤 사이에 142명이 확진됐고, 청정 지역까지 뚫리는 중으로 시민들의 협조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집회를 금지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집회를 중지하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시라"면서 "여러분의 안전뿐 아니라 옆 사람과 이웃의 안전과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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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1시 40분쯤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나와 집회 금지를 독려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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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맞섰다. 일부 참가자들은 박 시장에게 야유를 보내거나, 고성을 지르며 접근하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분위기가 격앙되면서 몇몇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벗거나 버리기도 했다. 집회에 참가한 양모(68)씨는 "우한 폐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유대한민국을 잃는 것"이라며 "우리가 매주 이렇게 힘을 보태고 있으니 문재인 대통령 하야까지 금방이다"라고 말했다.

연단에 오른 범투본 측 관계자들도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전광훈 목사는 "임상적으로 확인된 바에 의하면 야외에서는 (코로나19 감염)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참가자들은 "우한 코로나가 걱정되지만, 우리가 모이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우리가 명하노니 우한 폐렴 물러가라" "하나님이 우한 폐렴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기 위해 바람을 불게 만들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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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근처 도심 내 집회 금지를 권고하는 서울시 현수막. /민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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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떠는 시민들 "이 시국에 하필" "‘제2의 신천지’ 될까 두려워"
우한 폐렴이 확산하는 시기 서울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시민 정모(42)씨는 "우한 코로나 확진이 어제오늘 계속 급증해서 걱정이 많은데, 무슨 생각으로 집회를 강행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모(45)씨는 "무엇을 주장하든 상관없지만, 전국이 비상인 시국에 이렇게 대규모로 모인다는 게 상식 밖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부 시민은 ‘제2의 신천지 사태’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표했다. 김모(29)씨는 "이번 코로나 사태도 1000명 정도가 모였던 신천지 예배 때문에 이렇게 된 것 아니냐"며 "접촉만 해도 감염되기 쉽다는데, 저렇게 빽빽하게 붙어있으면 또 신천지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는 국내 전체 확진자 중 절반에 이르는 169명의 확진자가 연관된 곳으로 ‘수퍼 전파지’로 꼽힌다. 수천 명의 교인이 바닥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예배를 보는 특성이 집단 발병의 원인이 됐단 분석이 나오는 만큼, 사람이 많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도 집단 감염의 우려가 있는 것이다.

집회가 끝난 직후인 이날 오후 6시쯤 종로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면서 범투본을 상대로 종로서에 고발했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 49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 금지 조치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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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도심 내 집회 금지 표지판.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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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조처에도 불구하고 범투본은 일단 계속해서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23일과 29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범투본 집회는 오는 24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전광훈 목사가 이끌고 있다.

[박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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