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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현재 AI는 얼굴에서 감정을 절대 읽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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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사람의 얼굴 사진에서 감정을 읽어 수치화해주는 도구 '프로젝트 옥스퍼드(Project Oxford)'가 등장해 단숨에 주목을 끌었다. 또 2016년에는 중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이모티봇(Emotibot)이 표정에서 감정 읽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했다.

특히 2016년 1월 애플이 표정인식 기술개발 스타트업인 ‘이모션트(Emotient)’를 인수하며 관련 업계가 주목했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이모션트는 지난 2012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사용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을 활용해 감정을 최대 10만 가지 표정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범죄심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폴 에크만(Paul Ekman) 전 캘리포니아 의과대 교수가 1970년대에 발표한 5000여개의 안면 근육 움직임 등 표정, 몸짓, 목소리 같은 미세한 행동 패턴을 통해 거짓말을 알아내고, 상대방이 어떤 감정 상태인지를 잡아내는 자료를 근거로 감정을 추론하는 알고리듬이다.

아마존도 최근 개발 중인 얼굴인식 시스템인 레코니이션(Rekognition)은 사람의 표정에서 성별, 연령뿐만 아니라 행복, 슬픔, 분노, 놀람, 혐오, 평온, 수수께끼 외에 공포까지 감정을 인식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레코니이션은 AWS 클라우드 서비스 일부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표정에서 감정을 읽는 기술은 페이스북과 구글 등도 인공지능 핵심 기술로 개발 중이다.
하지만 실제로 인공지능(AI)이 사람의 표정에서 감정을 읽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과 기계 학습이 표정에서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정도까지 온 것 같다. 하지만 표정인식 관련 컴퓨터공학 전문가는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뜻밖의 결론을 내렸다.

지난 2월 16일(현지시각) 개최된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총회에서 오하이오 주립대학 전기컴퓨터공학과 알렉스 마르티네스(Aleix Martinez) 교수는 “표정만으로는 감정을 절대 읽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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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티네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도 한때는 얼굴 표정인식 시스템 개발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35개국에 거주하는 400만명의 표정을 수집하고 분석해 피험자의 표정 상태와 감정을 비교했다. 그 결과, 표정과 감정은 연결되지 않고 얼굴에서 감정을 인식하는 시도는 거의 실패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과 조직이 고객의 표정에서 고객 만족도를 측정하고, 심지어 강의를 받고 있는 학생의 표정을 분석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혁신학교로 정평이 나 있는 미네르바스쿨의 경우 ‘액티브 러닝 포럼(Active Learning Forum)’이라 불리는 온라인 화상교육 영상분석 시스템이 비디오 채팅 중 시선이나 표정 증을 분석해 곧바로 화면에 이를 띄워 교수뿐만 아니라 챗팅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표시해 학습태도에 반영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마르티네스 교수는 “표정에서 속내를 읽을 수 있다는 주장은 전혀 터무니없다. 그런 기술은 심지어 위험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연구에서도 문화와 환경을 감정과 관계를 살펴보면 지역이나 문화적 배경에 따라 표정이 의미하는 감정은 다르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마르티네즈 교수 연구팀은 노스이스턴대학(Northeastern University),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위스콘신대학(University of Wisconsin) 과학자들과 함께 얼굴의 근육이 움직여 나타내는 표정에서 감정을 읽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감정을 정확하게 감지하기 위해서는 표정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연구팀이 다음 단서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얼굴 색’이다. 사람이 감정을 느낄 때 뇌는 혈류와 혈액 성분을 변화시키는 펩티드(호르몬)를 방출하며 얼굴에 이 펩티드가 침수되어 안색이 변한다.

그다음으로는 인체는 다른 힌트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자세와 전체 맥락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 참가자들에게 골을 넣고 기뻐하는 축구 선수의 사진에서도 얼굴 부분만 잘라 보면 화난 표정으로밖에 보지 않는다. 따라서 맥락을 알면 사진 속 남자가 매우 행복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문화적 요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모두 상황이나 문화적 배경에 따라 표정이 생긴다. 미소 짓고 있다고 해서 행복하다고 할 수 없고, 미소를 짓지 않아서 불행하다고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르티네스 교수는 “나는 지금도 사람의 감정과 사회적 의미를 이해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에 대해 알아야 할 중요한 2가지가 있다”며, “하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는 표정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는 것과 아무리 노력해도 100% 정확도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들풀 기자 it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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