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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단 두줄 지령이 마지막… 北대사관 습격 1년, '자유조선'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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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마지막 지령 남기고 5개월째 잠잠
체포된 크리스토퍼 안은 오는 5월 스페인 송환 심리 앞둬
리더 에이드리언 홍은 美사법당국 수배 속 행방 묘연
일각선 최근 벌어진 평양 주재 국제기구 해킹 주도설도

조선일보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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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체제 전복을 내세운 반북단체 '자유조선'(옛 '천리마민방위')이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을 습격한지 22일로 1년이 됐다. 자유조선은 초유의 해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에다 미 중앙정보국(CIA)과의 연계설 등이 제기돼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미 연방수사국(FBI) 등 사법 당국이 자유조선 주요 멤버에 대한 수사와 체포에 나서면서 자유조선 활동은 작년 9월 난수표 같은 두줄짜리 지령을 웹사이트에 남긴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크리스토퍼 안은 체포, 에이드리언 홍 행방은 오리무중

자유조선 리더 에이드리언 홍과 크리스토퍼 안 등 한국계 미국인들이 주축이 된 자유조선은 지난해 2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을 습격했다. 이 사건은 초유의 해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이라는 사건 자체가 갖는 충격과 함께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을 5일 앞두고 일어났다는 점에서 미 행정부는 물론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스페인 사법 당국이 수사에 나선 이후 미 사법 당국도 주동자로 지목된 에이드리언 홍과 크리스토퍼 안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결국 한국계 미국인이자 전직 미 해병대원인 크리스토퍼 안은 사건 발생 2개월 후인 지난해 4월 로스엔젤레스에서 체포됐다.

크리스토퍼 안은 미 수사당국에 체포됐다가 보석(保釋)으로 풀려난 이후 현재 미 로스앤젤레스(LA) 인근의 자택에서 연금 상태로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목에 감시 장치를 찬 그는 병원과 교회 방문 때만 외출이 허용된다고 한다. 크리스토퍼 안과 함께 수배 명단에 올랐던 에이드리언 홍창은 현재 수사당국의 검거를 피해 도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스페인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에 대해 "무관하다"며 거리를 둬왔다. 자유조선이 탈취한 자료를 미 FBI에 넘겼다고 밝혔을 때도 FBI는 "수사 존재 여부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을 뿐이었다. 그러던 미국 정부가 사건 관련자 체포에 나서자 정치적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사건 당시 미 CIA와 연계설까지 제기됐던 만큼 미국이 미·북 협상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우려해 사법 조치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반면 하노이 노딜 이후 미·북 협상이 교착 상태를 맴돌다 최근에는 동력을 상실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수배설 이후 신변과 관련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고 있는 에이드리언 홍을 미 정보기관이 보호하고 있는 것 아냐는 관측도 나온다.

스페인 정부는 여전히 미국이 체포한 크리스토퍼 안을 비롯한 자유조선 멤버들의 송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건 1년을 맞은 지금은 다소 잠잠해진 분위기다. 물론 오는 5월 자택 연금 중인 크리스토퍼 안의 스페인 송환 심리를 앞두고 다시 송환을 촉구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 크리스토퍼 안은 미 해병대에 복무한 전력 등으로 인해 미 정부가 송환에 응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9월 이후 종적 감춘 자유조선

자유조선은 지난해 상반기 북한 대사관 습격을 비롯해 홈페이지에 일종의 '난수표' 지령을 공개하는 식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외부에 알렸다. 자유조선의 이런 활발한 움직임에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자유조선을 북한 김정은 체제의 대안세력 출현 징후로까지 해석하는 움직임도 일었다.

그러나 자유조선은 작년 9월 4일 홈페이지에 마지막 지령을 남긴 뒤 외부로 공개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자유조선이 홈페이지에 남긴 마지막 지령 제목은 작은 따옴표(')였다. 지령 내용은 'Crocus 383765 459165 453666 486023 001000' 'Aster 826757 909256 195647 197706 150214' 두줄이 전부였다. 이는 5월 24일 지령을 내린 후 4개월만에 올라온 지령이었다. 이전에 남긴 지령처럼 두 개의 꽃 이름과 6자리 난수를 5개씩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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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사이트 '고펀드미'에서 진행되고 있는 크리스토퍼 안에 대한 모금 활동./고펀드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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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지난해 10월 20일 자유조선 홍보 채널인 ‘자유조선에게 자유를’(https://www.freefj.is/ko/) 사이트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크리스토퍼 안 송환 심리를 앞두고 '송환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미 의회에 보내려는 데 서명자로 동참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캠페인은 11월 11일까지 20여일간 진행됐다.

‘자유조선에 자유를’은 크리스토퍼 안과 그의 가족을 돕기 위한 후원 캠페인도 벌였다. ‘고펀드미’(https://www.gofundme.com/f/help-us-marine-chris-ahn)를 통해 진행된 크리스토퍼 안과 그의 가족을 돕기 위한 후원은 현재까지 8550달러(약 1000만원)이 모금됐다.

◇오프라인 활동 자제한 채 대북 사이버해킹 가능성 제기

자유조선이 현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는 확인이 어려운 상태다. 정보 전문가들은 자유조선이 스페인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의 파장이 가라앉을 때까지는 한동안 몸을 사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핵심 조직원이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나 미국의 정보 기관을 자극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북한 김정은 체제를 노린 은밀한 사이버 공격 같은 활동에 치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벌어진 북한 주재 식량농업기구(FAO)에 대한 해킹 배후에 자유조선이 있는 것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소리(VOA)는 FAO 평양사무소 부대표가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은 FAO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없다고 밝혔지만, 우리는 그 같은 주장에 의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후 FAO는 아시아태평양 지부 명의로 "북한 내 FAO 이메일 계정이 해킹을 당했다"면서 "VOA 한국지사에 오보를 전달하는 데 사용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킹 상황은 어제 거의 즉각적으로 파악됐으며, 해당 계정은 삭제됐다"고 했다.

한 정보 전문가는 "평양에 주재하는 국제기구나 NGO의 이메일 계정을 해킹해 정보를 흘리는 것은 김정은 정권을 흔들려는 목적을 가진 세력의 소행일 것"이라면서 "자유조선이 김정은 체제 붕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FAO 이메일 해킹에 자유조선이 연관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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