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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실적부진 건자재업계 비상경영 나섰지만… "올해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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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건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후방산업인 건축자재업과 가구업계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작년 하반기 반등을 노리던 주요기업들은 경영실적이 악화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등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자재업계 대표주자는 물론 주요 가구업체 등 건설 주변 기업들의 지난해 국내사업 실적이 일제히 악화하며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작년 1·2분기 경영실적이 흔들린 건자재업계 주요 기업들은 하반기 반등을 꾀했지만, 결국 저조한 성적으로 마감했다.

KCC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358억여원으로, 전년보다 33.5% 감소했다. 이 회사는 순손실이 229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확대됐다. 4분기 영업이익은 17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9% 줄었다.

조선비즈

KCC 대죽공장 석고보드 생산라인 3호기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모습. /K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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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하우시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88억원으로 전년보다 2.3% 줄었다. 지난 4분기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0.9% 감소한 32억원, 매출액은 3.9% 감소한 8050억원이었다.

주요 가구업체들도 실적이 나빠졌다. 현대리바트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보다 88.5% 감소한 8억9100만원에 그쳤다. 현대리바트의 작년 영업이익은 236억원으로 전년보다 50.9%즐었다. 한샘의 작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0.3% 줄어든 559억원이다. 매출액은 1조70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나 감소했다.

이들은 모두 전방산업인 국내 건설 시장 위축과 부동산 거래 부진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건자재는 보통 아파트 공사가 마무리될 때 사용되기 때문에 입주 시기 또는 이사 시기에 맞춰 수요도 증가한다. 재개발·재건축·대출 규제가 연달아 강화된데다 주택 거래 시장까지 얼어붙으면서 인테리어, 가구 수요가 줄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아파트 실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7만4649건으로, 전년 8만1389건 대비 8.28% 감소했다. 2017년 10만5077건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더 크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4102 건으로, 전월(9398건)보다 56.4% 줄었다.

업계는 이런 주택 경기 둔화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 구조를 바꾸는가 하면 사업을 다각화하고 해외사업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산을 파는 사례도 있다.

KCC는 존속법인 KCC와 신설법인 케이씨씨글라스로 인적분할했다. KCC는 건자재와 실리콘 등을 포함한 소재 사업에 집중하고 케이씨씨글라스는 유리 부문을 중심으로 한 인테리어사업에 주력하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앞서 건축자재용 실리콘의 일종인 실란트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를 화장품용 실리콘으로 확대해 사업을 다각화하기도 했다.

LG하우시스는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울산 남구 신정사택 부동산을 주식회사 일동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처분금액은 630억원으로, 이 회사 자산 총액의 2.51%에 해당한다. 회사 측은 "자산 매각을 통해 자산 효율화를 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경영실적 개선 차원인 셈.

한샘은 ‘리하우스 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을 앞세우며 불황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을 치고 있다. 가구뿐만 아니라 바닥재 등 집 전체 공간에 대한 리모델링 사업이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은 올해 전망도 부정적으로 보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LG하우시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변경됐고, KCC의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전방사업이 부진하고 경쟁이 심화하는 등 건자재기업들의 업황이 지속적으로 악화고 있어 단기간 내 영업수익성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입주물량이 2017~2018년에 비해 줄면서 건자재 등 후방산업군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올해 기업들의 경영 실적도 전년과 비슷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영역이 다양한 복합 기업의 경우, 건자재 분야가 아닌 다른 사업에서 실적을 상쇄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건자재업체 한 관계자는 "앞으로 주택 시장 둔화와 함께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하는 등 대외 불확실성까지 커질 경우 업황이 더 악화할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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