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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코로나19가 기준금리 끌어내리나…시장은 이미 '인하'에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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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채권시장의 기류가 급변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급락해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갔다. 27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거란 관측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 < 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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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23일 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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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일 기준금리(1.25%)보다 낮은 1.234%로 떨어진 데 이어 21일엔 1.182%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해 8월 말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통화정책에 민감하다. 이 금리가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갔다는 건 한국은행이 최소 한차례(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한다는 뜻이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얼마 전까지 대다수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4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코로나19 사태의 국내경제 영향을 예단하기엔 아직 이르고, 지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IMF “경기부양 통화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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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는 가운데 23일 대구 놀이공원 이월드가 휴장에 들어가 텅 비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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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의 지역감염이 확산되면서 흐름이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례 없는 특단의 대책 마련”을 주문한 데다, 여당이 정부에 긴급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요청하고 나선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지난 19일(현지시간) ‘G20 조망 보고서’에서 한국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경기부양용 통화정책을 권고했다. 중국 인민은행 역시 20일 실질적으로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각각 0.1%포인트 인하(4.15→4.05%)한 바 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속속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신자 수가 크게 늘었고, 지역감염 확산으로 경기하강 요인이 부각될 여지가 커졌다”며 “2월 금통위에서 금리가 0.25%포인트 낮은 1.00%로 인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정부가 경기방어에 적극 나서는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인하 명분이 커졌다”며 기준금리 인하에 무게를 뒀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에도 한국은행은 첫 확진자가 나온 지 한달 만인 2015년 6월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서비스업에서 소비 위축이 현실화됐다”며 “메르스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렸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이 메르스 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한은이 선제 대응에 나설 거란 분석도 나온다.



성장률 얼마나 하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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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코로나19 여파로 임시휴업을 한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에서 상가연합회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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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통화정책이 꼭 맞는 처방인지는 논란거리다.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보다는 즉각적 효력을 기대할 수 있는 개정 정책과 긴급 유동성 조치가 더 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기준금리가 이미 역대 최저 수준(1.25%)이어서, 한차례 추가 인하하면 기준금리 1.00%라는 한국 경제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할 경제전망 수정치가 얼마로 나올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2.3%로 발표했다. 당시엔 지난해 2.0% 성장에 그쳤던 한국 경제가 올해는 바닥을 칠 거라는 긍정적 전망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성장률 전망치는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미 올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할 거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둔화가 국내 수출과 설비투자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6%, 무디스가 1.9%로 한국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등 시장에서는 1%대 성장률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a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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