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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CEO] 이재환 톱텍 회장, 레몬 나노섬유 韓대표소재로 키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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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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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환 회장은 한마디로 '기술 덕후'다. 취미이자 특기가 연구개발(R&D)이고, R&D가 일상인 사람이다."

자동화 설비 제조업체 톱텍 직원들은 이재환 회장(53·사진)을 이렇게 표현한다. 이 회장은 최고의 기술 제조기업을 만들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1992년 33㎡(약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톱텍을 설립했다.

이후 28년 동안 엔지니어를 자처하며 기술개발에 매진해왔다.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자리에서 휴대폰에 내용을 기록할 정도다. 새로운 기술을 내놓겠다는 이 회장의 의지는 창업 당시 그가 작명한 '톱 테크놀로지(Top Technology)'를 의미하는 사명에서부터 묻어난다.

톱텍은 디스플레이용 물류 자동화 장비, 라미네이션 장비 등을 생산한다. 2017년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해왔다. 그러나 2018년부터 국내 디스플레이 회사들이 투자를 보류하거나 규모를 줄이면서 톱텍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2018년 매출액이 3087억원, 영업이익은 82억원에 그쳤다. 이 회장은 수주 절벽에 부딪히자 성장동력을 '꿈의 섬유'로 불리는 나노섬유 소재 개발에서 찾았다.

"나노섬유는 폴리우레탄 등 섬유 원료를 머리카락 굵기 500분의 1 정도로 녹여(나노화) 생산한 섬유입니다. 공기가 잘 통하고 세균은 차단되며 방수도 가능해 활용 범위가 마스크팩, 아웃도어, 통기성 운동화·모자, 식품 포장지, 인공 고막·각막, 휴대폰 방수팩, 반려견 배변패드 등 무궁무진하죠. 나노섬유 생산업체를 표방한 회사들은 있지만 레몬처럼 표면이 균일한 나노섬유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세계를 통틀어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2012년 설립한 나노섬유 제조업체이자 톱텍 자회사인 레몬은 2018년 나노섬유를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나노섬유로 만든 생리대를 자체 브랜드 '에어퀸'으로 출시하며 사업 영역을 기업 간 거래(B2B)에서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로 넓히고 있다.

레몬은 지난해 4월 에어퀸으로 생리대를 출시한 데 이어 같은 해 7월 위생팬티, 여성청결제, 수유패드, 8월 남성청결제, 11월 통기 방수 앞치마, 12월에는 황사·방역마스크를 각각 출시했다. 특히 마스크는 출시되자마자 인기를 끌어 출시 한 달 만인 올해 1월까지 누적 판매량 30만장을 돌파했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최근 1200만장 예약 주문이 들어와 이달 3일부터 생산라인을 24시간 가동하고 월 250만개씩 생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레몬은 올해 하반기 브랜드 '에어퀸'으로 아기 기저귀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미세먼지·황사용 마스크는 부직포에 정전기를 강제 투입해 먼지가 정전기에 달라붙는 원리이기 때문에 재사용하면 효력이 떨어지지만, 나노섬유로 만든 에어퀸 마스크는 섬유 자체가 먼지를 걸러내는 이점이 있어 재사용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레몬은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이달 말 코스닥시장에 입성한다. 구주 매출 없이 신주만 410만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최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는 1주당 7200원으로 결정됐으며, 총 공모 규모는 295억2000만원이다.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한국거래소 상장 담당자,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기관 관계자 등에게 나노섬유를 알리고 가치를 이해시키느라 진땀을 뺐다. 이 회장은 100번의 설명 대신 나노섬유 제조 현장을 직접 보여주는 정공법을 택했다.

이 회장은 "'공기가 통하는데 방수가 된다고요?'라며 의심하던 사람들이 공장을 방문해 생산되는 모습과 통기성 실험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면 '어떻게 이런 섬유가 있을 수 있느냐'며 모두 감탄한다"고 말했다.

레몬은 상장 이유도 다른 기업과 사뭇 다르다. 많은 비상장사 기업은 상장을 통해 유입된 공모금액을 설비 확충 등 투자에 사용한다. 레몬은 그 반대다. R&D, 공장 설립 등 선투자·후상장이다. 이 회장은 2007년부터 나노섬유 개발을 추진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쏟아부은 돈만 수백억 원에 달한다.

레몬은 경북 구미국가산업4단지에 위치한 대지면적 1만2789㎡ 공장도 갖고 있다. 생산라인은 총 4개로, 연간 가능한 생산량을 아웃도어용 나노섬유로 환산하면 750만㎡, 생리대를 기준으로 하면 2억개다.

이 회장은 "2018년 미국 노스페이스와 계약을 체결하고 2021년까지 아웃도어용 나노섬유를 계속 공급해주기로 했는데 설비가 부족했다. 그래서 지인 등을 통해 투자를 받아 1공장 인근에 생산라인 8개가 구비된 2공장을 마련했고 현재 설비 시운전을 하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와 직원들 사기 진작을 위해 상장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2공장에는 생산라인 4개를 추가할 수 있다. 4개를 추가하면 1공장과 2공장을 합쳐 전체 생산 가능한 나노섬유가 1억6000만㎡에 달한다.

이 회장은 10년 후 톱텍과 레몬의 청사진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그는 두 회사 모두 공격적으로 키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회장은 "인공지능(AI)이 발달할수록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자동화 장비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일하는 것보다 먹고 놀고 즐기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AI 시대가 되면 이런 경향이 더욱 짙어질 것이고, 자동화 속도도 더 빨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톱텍의 전망 역시 밝다"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이어 "톱텍의 과거 성장 속도가 시속 20~30㎞였다면 앞으로는 이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달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레몬의 성장 가능성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면서 "레몬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나노섬유로 만들 수 있는 제품 목록 58개를 적어놓은 휴대폰을 보여주면서 "나노섬유는 한마디로 대한민국을 먹여살릴 소재로 활용 범위가 예측도 안 될 만큼 어마어마하게 크다"고 덧붙였다.

▶▶ He is…

△1967년 출생 △1986년 부산기계고등학교 졸업 △1992년 톱텍 창업 △2005년 동서대 기계과 졸업 △2010년 지식경제부 장관상 수상 △2016년 대통령산업 포장 수상(행정자치부)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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