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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재계·중기부, 상생협력법 개정안 놓고 첨예한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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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소기업 간 상생과 협력 촉진을 명분으로 추진 중인 이른바 '상생협력법(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개정을 두고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치열한 샅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하는 반면, 중소기업들과 중소벤처기업부는 규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보완 작업이라며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모습이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한국경제연구원과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공동 주최한 상생협력법 개정안 관련 세미나에서는 중기부 관계자가 "개정안 관련 해명을 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가 주최 측으로부터 거절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기업과 중견기업들 입장에서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행사에 정부 과장급 실무자가 찾아와 해명을 시도한 것인데 이는 매우 드문 일이다. 주최 측은 발언 기회를 달라는 중기부 과장급 실무자에게 "따로 토론회를 개최하라"고 했고, 그래도 요청이 이어지자 양측의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상생협력법 개정안이 앞으로 중기·벤처 및 정부와 대기업 간 큰 갈등 요소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번 해프닝이 앞으로 지속될 첨예한 입장 차를 예고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대기업이 기존에 거래하던 중소기업의 생산 품목과 유사한 물품을 자체 제조하거나 제3자에게 제조를 위탁한 경우 기술 유용 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도록 했다. 또한 기존과 다르게 거래 당사자의 분쟁 조정 요청이 없어도 중기부가 조사한 후 처벌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한경연과 중경련 등은 세미나에서 개정안의 주요 문제점으로 '위탁 대기업에 입증책임 일방적 전가' '공정거래위원회와 중기부의 중복조사 및 중복처벌 우려' 등을 지적했다.

중기부는 행사 다음날인 20일 즉각 해명에 나섰다. 중기부에 따르면 이번에 도입한 '입증책임' 규정은 수·위탁기업 간 민사 분쟁 시 당사자 간 입증책임을 분담하려는 취지이며, 위탁기업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의 입증책임은 중기부에 있다. 또한 개정안은 '기술 유용 행위'에 대한 정의를 부정경쟁방지법, 하도급법 등 기존 입법례를 참고해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게 중기부 측 설명이다. 공정위와 중기부의 중복 처벌 우려에 대해선 하도급법으로 규율되지 않는 영역을 해소하기 위한 개정인 만큼 이미 제정한 '수·위탁거래 사건처리지침'을 통해 공정위에 먼저 신고된 중복 사건은 추가 조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기부의 처벌 권한이 강화되는 방향은 분명하므로 규제 강화 조치에 대한 재계의 반감은 어쩔 수 없다"며 "상생을 위한 법이라지만 결국 갈등의 씨앗이 돼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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