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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韓스마트시티 기업들 왜 국내서만 사업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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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에 스마트시티 잘할 수 있는 뛰어난 IT 기업들이 많죠. 그러나 이 기업들이 당면하는 문제는 도시 프로젝트 몇 개에 사활을 걸고 거기에만 노력하다보니 장기적인 비즈니스가 안된다는데 있습니다. 시작할 때부터 전 세계 여러 도시에 들어갈 수 있는 스마트시티 솔루션을 구상해야 더 큰 비즈니스 기회를 열 수 있는데, 한국에만 모델을 적용해 보고 한국에만 현지화가 되어 있다보니 수출이 힘들죠. 해외로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필요가 있습니다."

스마트시티 및 사물인터넷(IoT) 전문가인 이석우 미국 국립표준기술원(NIST) IoT-스마트시티 혁신 담당 부국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 스마트시티 산업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을 전달했다. 이 국장은 백악관에서 미국 산업계와 연방정부 전체를 IoT로 혁신할 수 있는 아젠다를 짜는 작업(대통령 혁신연구위원)을 했었고, NIST에서 디지탈 트윈등의 기술을 이용한 현실세계-가상세계 개념으로 도시를 혁신시켜 나가는 프로젝트를 6년째 담당하고 있다. 지난 1월 초 개최된 CES2020의 스마트시티 세션에서 패널로 초청받았고, 같은 달 23일 미국 씽크탱크 CSIS가 주최한 '도시의 미래' 세미나에서는 기조연설을 했다. 2004년에 이미 과학기술 전문지 MIT테크놀로지 리뷰가 발표한 '세계를 이끌어 가는 젊은 혁신가' 중에 한명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기술 혁신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로 꼽힌다.

그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적으로 도시 속에 갖춰져 있는 도로 건물 등 물리적인 인프라 뿐만 아니라 곳곳에 센서와 데이터 분석을 통한 사이버 시스템이 결합된 모델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사이버-피지컬) 특히 미국에 있는 대형 IT 하드웨어 회사의 경우 이런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해당 사업부가 연간 300% 이상의 고속성장을 이루는 곳들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NTT 도코모 같은 회사들이 일찍부터 해외로 진출해 다수의 해외 도시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최근에 스마트 시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일본의 또다른 인프라 회사는 관련해당 사업부 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 있다. 특히 NTT도코모는 라스베가스의 사이버-피지컬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들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그에 따르면 한국은 두 가지 포인트를 놓치고 있다. 첫째, 지나치게 스마트시티가 대도시 위주로 흘러가고 있다. 예산 문제 때문에 서울 부산과 같은 대도시에 관련 프로젝트가 집중되거나, 아니면 송도 세종시 등과 같은 신도시를 스마트시티로 짓자는 아젠다들이 큰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중소도시일 수 있다. 이 국장은 "미국의 예를 들면, 전체 1만 9000개 정도 도시가 있는데, 그 중에서 인구 100만명이 넘는 도시는 10개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며 "큰 도시들이 일회성 프로젝트의 관점에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지 몰라도 스마트 시티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 중소도시라는 시장을 열지 않으면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도시에서 새로운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플로리다에 있는 코렐 게이블스레이 게이브스 같은 도시는 새로운 도시 인프라 프로젝트를 할 때 아예 해당 예산의 일정금액을 스마트 영역에 투자하도록 강제해 뒀다. 다리 하나를 짓는데 10억이 든다면 그 중 5000만원은 센서, 인공지능 등을 심는데 반드시 써야 하는 규정이다. 이런 사례들이 확산되면서 미국 중소도시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들은 앞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국장은 "대도시 뿐만 아니라 소도시 중도시 모두 사이즈에 맞게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 그가 강조한 점은 해당 사업영역에 대한 국내 기업 경영자들의 보다 진취적인 자세다. 국내에도 스마트시티 관련 사업들을 진행하는 회사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대부분 단기적으로 돈을 벌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접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한국에만 집중하다보니 현지에 맞는 시스템을 공급할 역량이 부족한 경우도 많다. 한국 기업들이 이 시장을 소홀히 하는 사이 이미 관련 사업부 매출이 300%씩 성장하는 미국 기업도 나왔고, NTT 같은 곳들은 라스베가스 스마트시티 사업을 주도적으로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라스베가스에서의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NTT 는 다른 도시로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 국장은 "스마트시티는 IoT, 데이터사이언스(data science), 첨단 인프라 등의 미래 기술이 총 집합되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종합 예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별로 볼때 아시아에서 하향식(Top-down) 스마트시티 모델이 팽배하다면, 미국의 스마트시티 모델은 상향식(Bottom-up)"이라며 "무엇이 낫다 할 수는 없지만 공통적 문제는 하나의 프로젝트가 일회성으로 그침에 따라 스케일업이 되지 않는다는 점" 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중소 도시들을 포함한 다수의 도시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나가는 모델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고 조언했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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