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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 코로나19 ‘심각’ 격상, 온 국민이 ‘방역 주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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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입차단·격리에서 피해 최소화에 방점

지자체별 의료체계·자원 배분 서둘러야

행사 자제 절실, 광화문 집회 강행 유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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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7개 시·도 모든 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는 등 전파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며 정부가 23일 감염병 위기 대응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했다. 이제 지역사회 확산이 대구·경북만의 사례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을 전제하고, 의료체계 정비와 자원 점검, 주민들과의 위기 소통 강화 등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 중앙정부와 의료진이 앞장서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도 강조하듯 지금 단계에선 지방자치단체와 국민 모두 ‘방역의 주체’라는 인식과 행동이 절실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범정부 대책회의’에서 “지금부터 며칠이 중대한 고비”라며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 이후 처음이다. ‘범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회’는 22일 “진짜 우려되는 건 앞으로 일주일”이라며 “환자들이 지역사회에 노출된 상황이라 다음주에 진단되는 환자는 더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금까지 국가와 의료진 중심으로 국외 유입을 막고 접촉자를 찾아 격리에 주력했다면, 이제 대구·경북처럼 확산된 곳은 건강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다른 지역은 확산을 막는 한편 최악을 대비하는 쪽에 더 방점이 찍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긴급한 것은 적절한 의료 자원 배분이다. 청도대남병원 두 번째 사망자가 상대적으로 가까운 지역의 음압병실 부족으로 부산대병원으로 갔다가 이내 숨진 데서 보듯, 중증도에 따른 의료기관 역할 분류 필요성이 시급하다. 다른 중증 응급진료가 위축되지 않도록 비상의료체계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세계 35개국으로 감염이 번지면서 한국에 대한 여행주의보를 내리는 국가들도 나오는데, 정확한 정보로 국민들의 불안을 더는 한편 국제사회에 한국 상황과 대응을 정확히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힘만으론 역부족이다. 지자체는 중앙의 지침만 기다릴 게 아니라 가용 가능한 자원을 파악하고 주민들과 위기 상황에서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대남병원 정신병동 감염 사례에서 보듯, 취약한 층이 모여있는 시설에 대한 선제적 점검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사상 처음 교육부 장관의 ‘휴업명령권’이 발동되며 전국의 각급 학교 개학이 1주일씩 연기되고 학원 휴원 등도 권고됐는데, 기업들의 유연근무 확대나 병가·공결 처리 같은 탄력적 대응과 이를 위한 후속지원책이 없으면 혼란이 생길수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 스스로 방역의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이 모든 것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철저한 개인 예방과 집단 행사 자제는 물론이고, 가벼운 증상인데도 두렵다고 무작정 큰 병원을 찾는 건 자칫 감염병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온 국민이 합심해도 어려운 상황에서 지난 주말 전광훈 목사 등이 광화문 집회를 강행한 것은 매우 유감이다. 고령자 참석이 많은데다, 개방된 공간이더라도 사람 간 접촉이 일어나는 대중집회는 자제가 마땅하다.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고 일부 참여자가 말했다는데, 당국의 엄격한 법 집행도 필요하지만 이런 행위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큰 피해가 된다는 사실을 제발 깨닫길 바란다. 가장 고통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에 ‘폐렴’ 표현을 붙여 사용하는 일부 행태도 있어선 안될 일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사회 ‘연대와 공공성’이 절실하다. ‘각자도생’으로 치닫는 지나친 공포도, ‘난 괜찮다’는 지나친 방심도 모두 경계하며 이 고비를 함께 넘어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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