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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카슈끄지 피살 담은 영화… 사우디 눈치 보기에 상영관 확보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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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사우디아라비아 기자 자말 카슈끄지 납치 살해 1주년을 맞아 지난해 10월 터키 이스탄불에서 카슈끄지의 약혼녀 하티제 젠기즈가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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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회 선댄스영화제 이틀째인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州) 파크시티의 한 극장. 영화 ‘반체제 인사’의 상영이 끝나자 객석에서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세계 최고의 독립영화제로 꼽히는 선댄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이 영화에 대해 비평가들도 찬사를 쏟아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이 영화는 상영관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반체제 인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인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사우디 왕실 비판 칼럼을 쓰다 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된 카슈끄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꼽히고 있지만, 지난해 12월 사우디 법원이 사건 지휘자로 지목된 왕세자의 측근들을 무죄 석방하면서 사건의 진위는 미궁에 빠진 상태다.

영화에는 사우디 연루설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다. 카슈끄지가 살해된 이후 터키 고위당국자들의 구체적인 폭로 내용이 비중 있게 담겨 있는가 하면 사우디 정권이 WP의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휴대폰을 해킹했다는 의혹도 포함돼 있다. 비판의 화살은 사우디 정권을 넘어 그들과 거래하는 다른 나라 정부와 기업들에까지 향하고 있다.

미 연예 전문매체 버라이어티는 이 영화에 대해 “부패ㆍ은폐라는 현실에 눈을 뜨게 하는 스릴러”라고 극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러나 “사우디 정권 및 그와 결탁된 국제사회의 정치ㆍ경제권력 카르텔을 정면으로 지목함으로써 배급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 배급업자들이 사우디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영화에 뒷심을 불어넣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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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자국 정보요원들에 의해 암살당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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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포젤 감독의 상영 의지는 뚜렷하다. 그는 “(이 영화를 보고) 여러 정부ㆍ기업들이 사우디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레베카 빈센트 국경없는기자회 영국사무소 대표도 “카슈끄지 암살 사건은 정의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하며 이 영화는 꼭 상영돼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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