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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사설]공포·혐오 부추기는 보수세력, 뭘 얻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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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총선 때 대구에서 출마하는 미래통합당의 한 예비후보는 코로나19를 ‘문재인 폐렴’이라고 불렀다. 그는 지난 20일 대구 시내 번화가에서 “문재인 폐렴 대구시민 다 죽인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그의 페이스북엔 ‘정치가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라’는 비판 글이 쏟아졌다.

코로나19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고 있다. 다중시설을 찾는 발길이 끊기거나 각종 모임이 취소되는 등 일상생활이 달라진 지는 오래됐다. 옆 사람이 기침이라도 하면 주변이 쫙 갈라지는 ‘홍해의 기적’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런 때 누구보다 시민의 불안을 잠재우는 일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이 위기에 편승해 국민을 편 가르고 있다. 일부 극우세력은 정부 비판에 활용할 수 있으면 불안과 공포를 더욱 키우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럽다.

보수야당과 언론은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문재인 정부가 중국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며 감염증 공포를 ‘반문재인 공세’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중국인 입국 금지’ ‘중국 관광객 본국 송환’ 등 혐오정서를 부추기는 발언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세계보건기구가 병명에 지리적 위치 등을 배제하는 원칙을 권고하는데도 부득불 ‘우한 폐렴’ ‘우한 코로나’를 고집하고 있다. 비록 지역의 한 예비후보에 불과하지만, 그가 극단적 언행을 펼쳐 보일 수 있는 것도 당 안팎에 팽배한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주말과 휴일인 22·23일 한 극우단체가 서울 광화문에서 연이틀 대규모 집회를 강행한 것도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 단체는 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도심 집회를 금지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집회 현장에선 전국에서 온 참가자들이 마스크도 쓰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앉아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연단에 오른 연사 중 지방의사회 회장은 “야외에선 코로나가 퍼지지 않는다”는 가짜뉴스를 버젓이 유포하기도 했다. 이 단체는 다음주에는 더 많은 인원이 모이는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마치 딴 세상에서 온 사람들 같다.

국가적 재난을 극복하는 데 정당 간, 진영 간 이해가 다를 수 없다. 대다수 시민들은 개인보다 공동체의 이익과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마당에 무책임한 선동으로 불안과 혐오를 부채질하는 세력은 도대체 무슨 이득을 보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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