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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코로나에 맥 못추는 경기…한은 산소마스크 꺼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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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금통위 열어 기준금리 결정

1.25% 동결할지 1%로 내릴지 관심

IMF “한국 통화정책 완화 필요”

부동산 돈 몰려 집값 뛸까 부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은은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 수준을 결정한다. 현재 연 1.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할지, 0.25%포인트가량 인하할지 금융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최근 채권시장의 기류는 한 달 전과 크게 달라졌다. 금융시장의 지표가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0일 연 1.234%를 기록해 한은 기준금리보다 낮아졌다. 지난 21일에는 1.182%로 마감했다. 지난해 8월 말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 가장 높았던 지난달 20일(1.455%)과 비교하면 0.273%포인트 낮아졌다. 채권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 한은의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중앙일보

한국은행 기준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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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늘었고 지역사회 감염으로 경기하강 요인이 부각될 여지가 커졌다”며 “27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명실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가 경기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인하 명분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과 함께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재는 “코로나19의 국내 경제 영향을 예단하기엔 아직 이르고 지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하지만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하면서 흐름이 달라졌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해 금리인하 등 추가적인 통화정책 완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이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보다 더 심각하다는 점도 한은의 금리인하 전망에 무게를 두게 한다.

2015년 5월 메르스 첫 확진자가 나오자 한은은 다음 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내렸다.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서비스업에서 소비 위축이 현실화됐다”며 “메르스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다만 저금리가 집값 상승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점은 한은이 금리인하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의 초강력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강남권 집값이 겨우 안정을 찾은 상황에서 자칫 금리인하가 주택 매수 심리를 자극할 수 있어서다. 금리를 내린 뒤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점도 한은의 고민을 깊게 한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금 같은 상황에선 금리인하보다는 즉각적인 효력을 기대할 수 있는 재정 정책과 긴급 유동성 조치가 더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한은이 오는 27일 발표할 경제 전망 수정치가 얼마로 나올지도 주목된다. 지난해 11월 발표에서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2.3%로 예상했다. 지난해 2% 성장에 그쳤던 한국 경제가 올해는 바닥을 칠 거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둔화가 국내 수출과 설비투자에 직접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장 중인 이주열 한은 총재는 원래 일정보다 하루 일찍 귀국해 코로나19 관련 긴급회의를 연다. 한은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 중인 이 총재가 24일 오전 귀국해 같은 날 오후 3시 긴급 간부회의를 연다고 23일 밝혔다. 금통위를 앞두고 코로나19가 실물경제와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a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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