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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당청, 메르스땐 "정부 무능 탓"… 코로나엔 신천지·언론·태극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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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 확산]

文대통령 "주로 신천지 관련 감염, 집단감염 발원지는 신도들"

야당땐 "수퍼 전파자는 정부, 책임 묻겠다" 대통령 사과도 요구

與, 이번엔 언론 겨냥해 "흔들지 말라" 보수집회엔 "방역 우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우한 코로나 감염증 위기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뒤늦게 격상했지만 정부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해선 사과하지 않았다. 대신 "신천지 집단 감염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며 감염 확산 발원지인 신천지를 7차례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신천지 때문에 확진자가 급격히 늘었다"면서 '신천지 때리기'와 함께 언론, 일부 보수 성향 집회도 문제 삼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범정부대책회의에서 "감염병 전문가들 권고에 따라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리겠다"고 했다. 정부는 불과 이틀 전인 21일에도 "일본이나 홍콩, 싱가포르 등은 인구비례로 볼 경우 한국보다 확진자가 훨씬 많은데도 경계 단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심각' 격상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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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모인 전국 119구급차 - 23일 대구시 달성군 119구조본부에서 구급대 앰뷸런스 차량들이 우한 코로나 확진자 이송을 위해 대구 시내 각 지역으로 출동하고 있다. 중앙119구조본부는 대구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함에 따라 지난 22일부터 전국 시·도에서 18대의 앰뷸런스를 차출해 대구에 배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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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확진자가 늘어난 원인으로 '신천지'를 꼽으며 "집단 감염 발원지가 되고 있는 신천지 신도들에 대해선 특단의 대책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또 "주로 신천지와 관련된 감염"이라고 강조한 뒤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23일 현재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600여 명 중 신천지 관련 확진자는 300여 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 간담회를 열고 "신천지 측의 투명하지 않은 대응에 대한 국민 우려가 크다"며 "방역 당국 지시에 순응하고 스스로 국민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특단의 결단도 요구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과거 야당 때 정부에 감염병 확산 책임을 물어 사과를 요구했던 것도, 현재의 태도와 너무 다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 당시인 2015년 6월 8일 "정부가 위기 경보 수준을 격상하지 못하겠다는 건 답답하다"며 "국가비상사태임을 인식하라"고 했다. 당시 메르스 확진자는 87명, 사망자는 5명이었다. 이후 6월 22일엔 특별 성명을 통해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임을 자부했던 대한민국이 이것밖에 안 되는 나라였나 하는 허탈감과 상실감만 남았다"며 "수퍼 전파자는 다름 아닌 정부 자신"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었다. 문 대통령은 메르스 종식 후에는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의 책임을 묻겠다"고 했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 등 메르스 관련 현장을 찾아다니며 국무총리였던 황교안 현 미래통합당 대표에게 "총리직을 건다는 각오로 메르스를 극복하라"고 압박했다. 당시 메르스로 편성된 11조6000억원 규모 추경에 대해서도 "정부가 제대로 대처했으면 천문학적 국민 세금이 추가될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추경은 전적으로 정부의 무능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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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청와대와 정부, 민주당은 23일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추경 긴급 편성을 추진키로 했다. 이번 추경 예산은 메르스 때보다 많은 약 15조원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래통합당은 "문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 때 '메르스 수퍼 전파자는 정부 자신'이라고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야당과 언론을 향해 "방역 최일선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하고 지지·지원하는 데 우선 집중해야 할 시기"라며 "방역 최일선을 흔드는 일체의 발언과 보도에 신중해달라"고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당국을 믿고 일사불란한 대응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방문 외국인의 국내 입국 금지 조치에 대해선 "전혀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국제적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역 당국이 대처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또 다른 오해의 소지가 없었으면 한다. 흔히 말하는 중국 눈치 보기나 저자세로 가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전날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서울 광화문 대규모 집회를 집중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열렸다"며 "대부분 교회와 종교계의 성숙한 대응과 달리 전국에서 사람이 몰리고 특히 고령자가 많이 모이는 집회라 방역 우려가 많다. 전 목사를 비롯해 주최 측에 집회 자제를 정중히 요청한다"고 했다.

정세균 총리도 22일 밤 9시 긴급 대국민 담화에서 "무리한 대중 집회 등을 통해 국민 불안을 가중하는 행위 등은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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