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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풍선효과는 투기 탓? 수원·안양 거래 80%가 실수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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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서는 지난달 총 798건의 아파트 매매가 이뤄졌다. 이 중 수원 거주민이 산 게 336건, 수원시민을 포함한 경기도민이 매수한 거래는 657건이었다. 전체 거래의 82.3%가 해당 시·도 주민에 의해 발생한 셈이다. 수원 장안을 포함해 지난 20일 정부가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의왕, 안양 등 5곳의 지난달 아파트 매매 내역을 본지가 분석한 결과, 경기도 주민이 이 지역 아파트를 매입한 비중이 모두 80%를 넘었다. 이는 경기도의 평균 거주민 매매 비중(76.1%·지난 1월 기준)보다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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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부동산 조정대상지역으로 새로 지정된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래미안 안양 메가트리아 아파트 단지의 전경. 지난달 매매를 분석해보면 이 지역은 ‘실수요자’인 경기도민의 매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완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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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서울을 제외한 부동산 시장에서 해당 지역 주민이 매수하는 경우,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가 아닌 '실(實)수요자' 거래로 분류한다. 이를 근거로 이번에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된 5개 지역의 집값 상승은 투기 수요가 아닌 실수요자들이 끌어올렸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에 "외지인, 다주택자 등 '투기 수요' 때문에 집값이 급등했다"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하향 조정 등 수요를 조이는 대책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투기 근절'이라는 정치적 목적에 치우쳐 잘못된 처방을 내놓으면서 선량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풍선 효과, 실수요자가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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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신규 조정대상지역 5곳의 지난 1년간 아파트 거래 중 경기도민이 매입한 비율은 의왕시가 89.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수원 장안구(84.5%)·영통구(82.1%)·권선구(81.3%), 안양 만안구(80.4%) 순이었다.

청약 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19일 진행한 수원 팔달구 '매교역 푸르지오 SK뷰' 1순위 청약에는 15만6505명이 몰렸는데, 이 중 8만1991명이 수원에서 1년 이상 산 '해당 지역 거주민' 청약자였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최근 수도권 남부 집값 급등에는 일부 외지인 투자 수요도 영향을 미쳤지만, 대부분은 지역 실수요자들이 움직인 영향"이라며 "교통망 개선, 재개발 등 확실한 호재가 있기 때문에 집값이 오른 것이지, '투기 세력' 때문이라고 몰아붙이긴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 여파로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면서 당분간 거래가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의왕시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23일 "대출 금액이 줄어드니까 집 보러 온다고 했다가 취소하는 고객도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투기 탓만

집값 상승을 실수요자가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계가 뒷받침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부동산 투기'를 탓하며 수요를 줄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21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박선호 국토교통부 차관은 신규 조정대상지역 5곳의 최근 집값 상승에 대해 "다주택자, 외지인, 지방 거주자, 기업·법인 등 투기적 주택 매입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전날 대책을 내며 "투기 수요 유입을 차단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2·20 부동산 대책'이 결과적으로 실수요자 피해만 키울 것으로 전망한다. 조정대상지역 대출 규제를 일괄적으로 강화하면서 신규 주택 공급 등 실수요자들을 위한 정책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대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60~70%를 인정받으려면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이면서 5억원 이하 주택을 사야 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수도권 주택 실수요자 중 정부의 예외 조항 요건을 충족하는 사람은 극소수"라며 "정부는 투기 세력을 잡겠다며 규제를 냈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대부분 실수요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 공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안양에 사는 한 주민은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 "만안구로 이사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대출받기가 힘들어졌다"며 "월급쟁이들은 부모님에게 상속받지 않는 한 집 사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의왕시에 사는 한 주민은 "집값 올랐다는 곳은 포일동같이 북쪽 의왕에만 해당하는 소리이고, 남쪽 집값은 거의 변동이 없는데 의왕시 전체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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