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4 (금)

[朝鮮칼럼 The Column] 미래통합당, 통합은 했는데 미래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수 통합 추동력은 ‘反文 정서’

보수 정치 내일 기대하려면 변화 이끌 세력 될 수 있도록 젊은 인재 대거 영입해야

조선일보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총선이 5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나타난 주목할 만한 변화는 보수의 통합이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에서 보수가 분열된 이후 3년 만에 다시 미래통합당으로 뭉쳤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 후보의 출마로 보수 표가 분산되면 선거에 불리하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주변 지지층의 압박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3년을 보내면서 무능하고 변변치 않은 야당의 존재가 얼마나 정치를 나쁘게 하는지, 얼마나 나라를 어렵게 하는지를 절감한 많은 이들이 보수의 통합을 강하게 요구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볼 때도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행정 권력과 지방 권력, 그리고 사실상 사법 권력까지 장악한 상황에서 입법 권력까지 차지하게 되면, 그만큼 권력이 더 오만하고 독선적이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보수 통합을 주저하거나 마뜩해하지 않던 이들의 참여도 이끌어 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현재의 보수 통합을 보면 뭔가 찜찜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통합은 했지만 지난 3년 동안 보수 정치가 그 이전과 비교해서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지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이 달라졌어도 보수 정치는 예전 그대로인 것 같다.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 선언에서 말한 대로, 보수 정치는 여전히 '감수성도 없고 공감 능력이 없고 소통 능력도 없고 세상이 바뀐 걸 모른다.' 보수 진영 내 분열을 불러왔던 탄핵을 둘러싼 내부의 입장 차이나 갈등도 전혀 해소되지 않았고, 하여간 일단 급하니 덮고 가자는 분위기다. 결국 미래통합당을 하나로 '통합'하게 한 건 문재인 정부를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반문(反文) 정서가 전부인 셈이다. 실제로 미래통합당의 선거 공약 역시 그저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로 가득 차 있다. 이처럼 보수 통합이 '편의상의 이유'로 이뤄진 듯 보이기 때문에, 어쩌면 총선이 끝나자마자 보수 진영 내에서 또다시 내부 분란과 갈등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미래통합당이 통합은 이뤘는지 모르겠지만 과연 보수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설사 총선 이후 미래통합당이 제1당이 된다고 해도 보수 정치의 뭐가 본질적으로 달라질지 잘 모르겠다.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문재인 정부의 실정과 오만에 대한 비판과 견제가 더욱 거세지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민이 곧바로 보수 세력을 유능한 대안으로 받아들이거나 그들에게서 좀 더 나은 정치를 기대하게 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번 보수 통합은 반(反)문재인 정서에 편승해서 떠나야 할 이들의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 바꿔야 마땅한 노선, 이념, 관행을 적당히 덮고 넘어가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이번 총선에서 보수 세력이 한 번 더 '장렬하게 전사하는 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더 나을 수도 있다. 오늘의 문제가 아무리 심각해도 어제의 사람들이 보수 정치의 내일을 이끌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통합당의 출범을 통해서 기대할 수 있는 건 보수 정치의 오늘이 아니라 내일의 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해, 젊고 참신한 인재의 영입을 통해 보수 정치의 변화를 그 내부에서 스스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정치적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여주기 식으로 한두 명의 젊은 인물을 공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세력’을 만들어내야 한다. 보수 정치가 지난 몇 년간 그토록 지리멸렬한 까닭은 19대와 20대 두 차례 총선에서 제 편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잘못된 공천으로 사람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진보 진영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당과 청와대에 젊은 인물을 대거 영입했고 그들이 정치적으로 성장하여 오늘날 문재인 정부를 끌고 가는 핵심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미래통합당 출범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젊은 보수 정치 그룹의 참여를 이끌어 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동안 보여준 보수 정치의 ‘늙고, 시대에 뒤처져 있고, 꼰대 같은’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들러리 역할에 그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들이 보수 정치의 미래임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현실 권력에 대한 실망이 아무리 큰 상황이라고 해도 다른 누군가가 보수의 미래를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그 미래는 보수 정치가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