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3 (목)

"오물을 청소하라"… 트럼프의 행정부 숙청 작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反트럼프 성향 관료들 축출 시작, 29세 새 인사국장이 진두지휘

금주 중 블랙리스트 직보 예고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각)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유세하며 지지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EPA 연합뉴스


"오물을 청소하라(Drain the swamp)! 우리는 나쁜 인간들이 행정부에서 나가길 원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자신의 트위터에 뜬금없이 이런 트윗을 올렸다. 당시만 해도 행정부 관료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 정도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는 행정부 내 반(反)트럼프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 숙청 작업의 신호탄이었다. 지난 5일 미 상원의 트럼프 탄핵안 부결 후 미 의회의 탄핵 조사에 협조했던 일부 고위직을 쫓아낸 데 이어, 이번엔 전(全) 부처를 뒤져 반트럼프 성향 관료들을 축출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존 매켄티 백악관 신임 인사국장은 지난 20일 백악관에 파견된 각 부처 사람들과 상견례 자리에서 정부 전 부처에 걸쳐 반트럼프 성향으로 보이는 정무직들을 찾아내 달라고 요청했다. 행정부 내 '블랙 리스트'를 만들라는 지시인 셈이다. 매켄티 국장은 이날 회의에서 반트럼프 인사로 찍힌 이들은 더는 승진하지 못할 것이라며 좌천성 전보 조처를 시사했다고 한다.

매켄티는 1990년생으로 올해 29세다. 트럼프가 즐겨 보는 보수 성향 폭스뉴스에서 소셜미디어 계정을 관리하던 그는 대선 캠프에서 유세 일정 담당자로 트럼프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백악관에서 대통령 일가(一家)에 대한 수행비서 역할을 하면서 신뢰를 쌓았지만, 재작년 3월 도박 빚 문제 등으로 당시 존 켈리 비서실장에 의해 백악관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해고된 뒤 바로 트럼프 대선캠프 선임고문으로 재취업했고, 탄핵 국면이 마무리될 때쯤 백악관 인사국장으로 칼자루를 쥐고 복귀했다.

29세에 불과한 그가 서슬 퍼런 살생부 작업을 지휘할 수 있는 것은 트럼프의 직접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최근 자신이 "뱀들"과 "나쁜 인간"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며 주변 인사들에게 노이로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켄티의 뒤에는 트럼프의 가족들도 버티고 있다. 숙청 작업은 트럼프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배후에서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도 최근 트위터에 "탄핵 조사가 해고돼야 할 사람들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올리기도 했다.

매켄티는 이르면 금주 중 명단을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매켄티는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에게 보고하던 전임자와 달리 트럼프에게 직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숙청의 주된 표적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 법무부 등이라고 WP는 전했다. 대부분 지난 탄핵 진행 과정에서 의회의 자료 요구 등에 협조한 부처다.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숙청 작업에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 등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숙청이 자의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16개 정보기관을 관할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 대행에 임명한 충성파 리처드 그리넬도 바로 '숙청' 작업에 돌입했다. 그는 21일 처음 출근한 날 전임인 조셉 매과이어 국장 대행과 앤드루 홀먼 부국장에게 "더 이상 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뒤 사표를 받았다. 매과이어는 최근 미 의회에 "러시아가 트럼프 대통령 재선을 돕기 위해 또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고 보고했다가, 트럼프의 분노를 사 경질됐다. 특검 조사까지 받은 트럼프 대선 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다시 불붙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리넬은 또한 대표적 트럼프 충성파인 데빈 누네스 의원의 참모 출신인 캐시 파텔을 선임고문으로 임명했다. 누네스는 매과이어의 미 의회 보고 내용을 트럼프에게 고자질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CBS 방송은 파텔이 "집 안 청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보기관 숙청 작업을 담당할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