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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오스카 작품상 亞 최초의 여성 제작자, 곽신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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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美영화산업 떠받치는 대단한 시스템"

"봉준호 감독, 가는 곳마다 '봉하이브'"

"'기생충'덕분에 제작자 더 해도 될 것 같다"

"고유의 세계 가진 감독 서포트할 것"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 “아시아 최초의 여성 제작자요? 전과 크게 달라질 게 있을까요? 그 효과가 있다면 좋은 감독님이 좋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와서 저한테 ‘(작품) 같이 하자’고 제안하면 정말 좋겠어요.”(웃음)

이데일리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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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가 제작하고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기생충’은 지난 9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한국 영화와 아시아 영화는 물론 비영어권 영화 최초의 수상. 곽 대표는 봉 감독과 함께 수상자로 호명됐다.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아시아 최초의 여성 제작자 탄생의 순간이었다.

2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곽 대표는 ‘기생충’으로 단박에 국제적 명성을 얻었지만 아시아 최초의 여성 제작자란 타이틀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쪽(미국)이나 우리나 영화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생각은 같다는 걸 느꼈다”며 아카데미(AMPAS) 회원들의 선택에 경의를 표했다.

“아카데미란 것이 미국(영화)산업이 자기네 산업을 ‘붐업’시키기 위해 생겨난 시스템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생각해보니 저 역시 미국영화를 떠올렸을 때 텐트폴 영화와 아카데미 영화밖에 기억하지 못하더라고요. 우리(국내 시상식)는 상을 받으면 그 순간의 영광인데, 아카데미는 상을 받으면 흥행으로 이어지잖아요. 비수기에 영화산업을 떠받드는 놀라운 방법인 것이죠. 그런 힘과 명성을 얹어주는 상을 미국산업 내 있지 않은 영화에 주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용기 있는 선택을 해준 것을 아카데미 회원들에 대해서 존경심을 느꼈어요.”

곽 대표는 ‘아카데미 캠페인’을 치르면서 몸소 느낀 봉 감독의 인기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봉 감독을 위시로 봉준호 사단은 지난해 8월부터 캠페인에 돌입해 6개월간 투표권을 행사하는 8000여명의 아카데미 회원들을 상대로 영화 홍보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봉 감독은 ‘봉하이브’(Bonghive, 봉 감독의 이름과 벌집·벌떼라는 뜻의 하이브가 결합한 신조어로 봉 감독의 열성적인 팬덤을 뜻하는 말)라는 별명도 얻었다.

“설레발이 아니라 가는 곳마다 거대한 봉 감독의 팬클럽을 보는 듯했어요. 어떤 분은 봉 감독을 보고 흥분 상태로 ‘당신은 천재’라고 말하는가 하면 가는 곳마다 ‘몇 번이나 봤다’면서 봉 감독에게 애정을 표현하고 싶어 안달 난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기생충’이 후보로 소개만 되어도 웃으며 좋아했어요. 봉준호란 예술가와 ‘기생충’이라는 작품을 너무 좋아한다는 느낌이 들었죠. 우리가 받은 상을 보면 후보에 봉준호란 이름이 명기된 부분에서 다 받았는데, 봉하이브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았어요.”

곽 대표는 현재 봉준호 감독과 함께 영화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중심에 서 있다.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을 계기로 고예산 상업영화에 치우친 국내 영화산업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할리우드에서 한국영화 및 한국영화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해외의 여러 매체에서 한국영화 리스트를 만들어 소개하거나 ‘포스트 봉준호’ 등 이런 식의 다양한 언급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올드보이’가 나왔을 때 다양한 작품이 그 시기에 영향을 줬고, ‘기생충’은 그러한 변화를 이어가는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자극들이 동료들과 후진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어떤 큰 변화보다는 창작자들이 기존의 틀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이나 불필요한 사전검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면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곽 대표에게 ‘기생충’은 제작자로서 자신감 회복과 소신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는 영화기자로 출발해 마케터와 프로듀서를 거쳐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이사가 됐다. ‘해피엔드’를 기획·홍보하고 ‘여자, 정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의 마케팅 총괄, ‘가려진 시간’ ‘희생부활자’ 등의 제작을 맡으며 상업성과 거리 있는 작품들을 서포트해왔다.

“열심히 하는데도 2년간 크랭크인 되는 작품이 없었고, ‘가려진 시간’과 ‘희생부활자’ 두 편을 제작했는데 흥행이 안 됐어요. 내가 제작하면 폐 끼치는 것이 아닐까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기생충’을 통해서 다른 것보다도 영화 제작을 좀 더 해도 괜찮겠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큽니다.”

그는 현재 ‘가려진 시간’을 연출한 엄태화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을 준비 중이다. ‘마더’와 ‘기생충’에 이어 봉 감독도 차기작을 그와 다시 함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곽 대표는 봉 감독과 차기작에 대해 의논한 바 없다면서도 “‘썸’타는 중”이라며 함께하고 싶은 의사를 재치 있게 표현했다. 끝으로 그는 고유의 결과 세계를 가진 감독을 계속해서 서포트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극한직업’이나 ‘친구’ 같은 영화를 좋아하지만 만들라고 하면 그건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제작자로 참여해서 플러스가 될 작품과 마이너스가 될 작품을 구분하고 있어요. 가령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감독님과 오래 함께 가고 싶어요. 그런 분들이 영화감독이란 직업으로 인해서 궁핍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제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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