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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빗나간 자들만이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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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의 아포리즘 74]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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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역설적이게도 무엇인가를 지키겠다는 의지는 무엇인가를 개혁하겠다는 의지와 맞닿아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국가와 같은 조직이든 아니면 사상이나 종교 같은 무형의 것이든 자신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자기 혁신을 해야 한다.

영화 '두 교황'에는 자신의 믿음과 조직을 지키기 위해 자신과 반대 생각을 가진 개혁파 교황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떠나는 보수파 교황의 이야기가 나온다. 훌륭한 선택이다. 개혁하지 않는 이상 지킬 수 없다.

#184

가요 프로그램을 볼 때 가수보다 백댄서가 더 눈에 들어오는 게 시인의 숙명일까. 무대 중앙에서 조명을 받는 유명 가수보다 언뜻언뜻 스쳐지나가는 백댄서의 표정과 몸짓에서 비애를 읽어내는 것. 시에 감염된 자들에게 부여된 숙명이자 질병이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빗나간 자들, 이탈된 자들, 미처 못 다다르거나 이미 지나쳐 버린 자들에게는 그들만의 깨달음이 있었다. 그들의 빗나간 깨달음이 나에게는 섬광처럼 다가왔다.

기차 레일 밖에 서 있는 자들은 기차 안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것들을 본다. 빗나간 대가, 이탈한 대가다.

#185

절대진리는 폭력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정의'나 '선(善)' 같은 걸 앞세우는 자들은 타자와 소통할 생각이 없는 자들이다. 그들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악마화하거나 야만화하면서 권력을 지킨다.

[허연 문화 전문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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