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자위 보다 섹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unslpash.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목이 말라 잠에서 깼는데 옆에 있어야할 남편이 없어 나와 봤더니 다른 방에서 야동을 보며 자위를 하고 있는 거에요. 너무 참담하더라구요. 저희는 결혼한지 2년이 채 안되었는데 피곤하다고 결혼 6개월째 부턴가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하다 요샌 거의 안하고 있거든요. 얼마 전 승진도 하고 얼마나 피곤하면 그럴까.. 그 생각만 했는데 자위라니, 정말 배신감이 들어 어떻게 말을 못하겠네요.”

결혼해도 자위는 한다더라 와 내 남편 혹은 아내가 하더라 는 다른 얘기다. 3인칭 관찰자 시점은 3인칭 관찰자일 때 가능하다. 자위를 한다는 게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닌 것도 알겠고 성적 매력이 떨어졌다거나 만족을 못줘서 그런게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막상 눈 앞에서 자위하고 있는 배우자를 목도한 순간은 페이스북 마냥 좋아요, 좋아요. 하기 어렵다. 더구나 둘 사이 붕가붕가가 예전 같지않을 때 자위행위에 대한 의미부여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버라이어티한 비극적 서사로 전개되는데 그러기전에 잠시 생각해볼게 배우자의 자위 더 나아가 나의 자위, 너의 자위, 에브리바디 우리 모두의 자위에 대해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물음이다.

성장기 청소년의 자위만큼 부부 개별의 자위 역시 인간의 여러 욕구 중 하나며 자연스럽고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똥싸거나 코파는 행위 같이 은밀히 행해져야할 영역을 노출시킨 상대의 무신경함 혹은 부주의함에 대한 지청구 정도면 된다.

실제 대한민국 성인 남성의 98%, 여성의 70%가 자위 경험이 있고 월 평균 자위 횟수는 남성 6.63회, 여성 2.26회며 연애 중 남녀 자위 경험률은 80%이고 결혼 후 자위 경험률이 92%(2017년 텐가코리아가 만 19~64세 성인남녀 1000명 대상 조사 결과) 라는 건 먹고 자고 사랑하고 똥싸고 코파는 일 만큼 일상적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개인의 일상적인 자위가 문제 되는 경우는 오직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 보다 자위 비중이 더 높을 때인데 좋은 섹스가 주는 여러 미덕-깊이 있는 교감, 더할 나위 없는 친밀함, 영혼의 위로, 뜨거운 쾌락 등등을 마다하고 자위 행위가 섹스를 앞지르는 이유는 무언가. 생각해보자.

먼저 허락된 상대가 거절하는 경우가 있겠다. 이유는 많다. 출산과 육아로 힘들고 돈벌이로 힘들고 그에 따른 피곤과 스트레스로 힘들다. 섹스가 좋은 줄 모를 때, 도대체 이걸 왜 하나 싶을 때도 피한다. 섹스 할 여지도 없이 부부 사이가 안 좋은건 뭐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야동에 특화된 강한 삽입 위주의 방식은 우아한 섹스 판타지를 갖고 있는 여성에게 통증과 아픔만 남기다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상대 탓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섹스의 주체가 둘이라면 즐거움을 만드는 것도 둘의 몫이니 서로의 노력이 아쉬울 따름이다. 이렇게 허락된 상대가 거절할 경우 상식적 대안은 자위다.

발기부전이나 조루가 원인이기도 하다. 남자는 여자를 만족시켜줘야하며 남자의 자원과 역량에 따라 여자의 오르가즘이 결정된다는 잠자리 성역할이 구분되는 한 조루를 조루라, 발기부전을 발기부전이라 말하기 어렵다. 그래도 욕구는 살아있으니 섹스 대신 자위다.

. “내가 요새 좀 안되네, 같이 병원 가볼까” 이 한 마디 못해 피하고 거부하다 자위하는 모습까지 아내에게 들키면 오해는 깊어진다. ‘여자로 보이지 않는구나. 사랑하지 않는구나, 섹시하게 느껴지지 않는구나’ 아내는 아내 대로 말도 못하고 관계의 악순환은 반복된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피곤하고 힘들 때 긴장을 해소하고 싶을 때 얼른 자위를 끝내고 자고 싶을 때도 있다.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문지방 넘어갈 힘만 있어도 남자는 그 생각 한다지만 샤워하랴, 10분, 20분 애무하랴, 보듬고 안아주랴, 목석 같이 누워 있기만 하는 아내 만족시킬 일이 까마득하다. 그럴 때 대개 자위로 때운다.

야동 보며 자위 하던 습관이 자위를 부르기도 한다. 자극적인 화면과 빠른 템포, 악력에 길들여지면 둘이 합을 맞춰야하는 섹스가 버겁다. 강한 손아쥐 힘을 대신할 그 어떤 질은 없다. 현대인의 삶은 분주하고 재미있는 건 넘쳐나며 야동의 주요 장면만 보고 스킵하던 패턴은 서로의 속도를 맞춰야 하는 섹스에 익숙하지 않다.

정리하자. 자위란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존중해주는 솔직한 본능이다. 더 말할게 없다.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그대로 인정하되 둘의 성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면 솔직한 대화를 통해 서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필요는 있겠다.

식욕도 성욕도 본능이다. 본능이라 식욕만 채운다면 혼자 아무거나 먹으면 된다. 스테이크로 먹고 수육으로 먹고 쌈 싸먹고 와인과 같이 먹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먹는건 더 맛있게 더 풍성하게 더 의미있게 먹기 위해서다. 혼자 할 수 있지만 같이 하는 이유는 더 충만하고 더 좋고 더 행복하기 때문이다. 노력 해야 즐겁고 같이 해봐야 재밌다. 섹스도 그렇다.

[조지희 행복한결혼연구소/남녀관계랩 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