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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스라엘 ‘불도저 만행’…무슬림 폭살 뒤 주검 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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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 팔레스타인 전투대원 포탄으로 사살

주검 수습하려던 민간인 향해 발포…주검 탈취

극우 국방장관 “군이 마땅히 해야 할 일 수행”

이스라엘 NGO “수치스런 범죄, 부메랑 될 것”

미국 언론도 “팔 전투원, 가자지구 안에 있었지만

이스라엘군은 이스라엘 영토에 있었다 말해” 지적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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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경계에서 이슬람 전투원을 대전차 포탄으로 폭살한 뒤 주검을 군용 불도저로 쓸어 담아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 과정에서 피살자의 주검을 수습하려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불도저를 밀어붙여 하마터면 추가 인명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광경이 연출됐다.

23일 낮(현지시각)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 남부의 칸 유니스와 이스라엘 영토의 접경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PIJ) 전투원을 사살하고 불도저로 주검을 챙겨갔다고 팔레스타인 뉴스 매체 <와파>(Wafa)가 보도했다. 이 매체는 현장에 있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당시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동영상 보기(주의: 혐오스러운 장면이 포함돼 있습니다)

가자 당국은 이스라엘군이 2명의 전투원에게 대전차포탄을 발사해 한 명이 숨지고 다른 한 명이 다쳤다고 확인했다.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는 전사자의 신원을 무하마드 알 나임(27)이라고 밝히며 “이 동영상은 이스라엘의 야만적 범죄를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이 단체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 무장투쟁조직이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의 한 의료 관계자는 이스라엘군이 전날 밤 이스라엘군의 포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젊은이의 주검을 수습하려던 민간인들에게 발포해 2명이 다쳤으며, 조금 뒤 이스라엘 군용 불도저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날 ‘불도저 주검 탈취’ 사건은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뿐 아니라 <로이터>,<에이피>(AP), <아에프페>(AFP) 등 뉴스통신사와 <뉴욕타임스><워싱턴 포스트><가디언> 등 영미권 언론들까지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이스라엘군 당국은 “이날 아침 6시30분께 팔레스타인 지하드 전투원 2명이 칸 유니스의 분리장벽 쪽으로 다가와 폭발물을 매설하려던 것을 포착(해 제압)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황을 찍은 동영상과 폭발물 사진도 공개했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는 “팔레스타인 전투원 2명은 이스라엘의 보안장벽이 가른 가자 지구 쪽에 있었던 게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들이 이스라엘 영토에 있었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스라엘의 분리장벽 자체가 팔레스타인 영토 안쪽으로 살짝 들어와 세워졌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주검을 불도저로 쓸어간 이유에 대해, 사망자가 자살폭탄 조끼를 입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동영상을 보면, 주변에 있던 다수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주검을 먼저 수습하려 급하게 달려갔으며, 폭탄조끼는커녕 총기도 없는 비무장 상태였다. 그러나 이스라엘 불도저는 이들을 향해 위협적으로 돌진했다. 불도저는 흙을 퍼담듯 주검을 쓸어담았으며, 옆에서 호위하던 이스라엘군 탱크가 불도저의 삽 끝에 매달려 흔들리는 주검을 넘겨받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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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의 이날 ’주검 수습 작전은 곧바로 안팎의 역풍을 불러왔다. 이스라엘의 반전평화운동 시민단체 ‘피스 나우’ 대표를 지낸 야리브 오펜하이머는 “수치스럽고 충격적”이라며 “우리가 저지르는 모든 잔학행위와 범죄는 헛되이 끝나고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의회의 아랍계 정당연합 소속 오페르 카시프 의원은 “주검 탈취는 역겹고 피에 굶주린 흡혈귀 짓”이라고 비난했다. ▶관련기사= 공습, 고문, 농지 파괴, 수출 봉쇄…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핍박 강화

그러나 이스라엘의 극우강경파 의원인 나프탈리 베네트 국방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 사람을 죽이려던 테러리스트의 주검을 불도저로 가져온 것을 ‘비인도주의’라고 떠드는 좌파의 위선적 비판에 진절머리가 난다”며 “마땅히 그렇게 했어야 할 일을 수행한 군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돌려주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군 병사 2명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는 이스라엘군의 주검 탈취에 대한 보복으로 이날 오후 5시30분께부터 수 발의 로켓탄을 이스라엘 영토 쪽으로 발사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밤 10시께 전투기를 띄워 다시 보복 공습을 단행했다. ‘하늘만 열린 감옥’으로 불리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는 봄을 앞둔 2월 마지막주 일요일도 총포 소리로 시작해, 죽음과 슬픔, 증오와 보복의 악순환을 일상처럼 되풀이하며 저물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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