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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데스크라인]단통법 개정의 전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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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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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가격만큼 불투명한 것이 있을까. 같은 휴대폰을 구매하지만 소비자가 실제 구매하는 가격은 제각각이다. 소비자는 휴대폰 가격을 가늠할 수 없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심지어 같은 날이어도 시간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 고객에 따라 다른 가격을 제시하는 유통점도 적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짜로 휴대폰을 구매한 사람을 주변에서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다수 소비자는 제 값에 휴대폰을 구매한다. 또는 이동통신사와 유통점이 지급하는 공시 지원금을 받아 휴대폰 구매 비용을 낮추는 정도다. 새로운 휴대폰이 출시될 때마다 소비자 간 희비는 공식처럼 극명하게 갈렸다. 정보도 있고, 시간도 있다. 깎아 달라고 요구하는 소비자는 공짜폰은 물론 페이백까지 챙겼다. 제 값을 지불한 소비자는 마치 바보가 된 듯한 불쾌감을 감수해야 했다. 출고가와 공시 지원금 외 휴대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이 있다는 방증이나 다름없다.

갤럭시S20 예약 판매가 시작됐지만 휴대폰 유통 시장이 종전의 공식을 무시라도 하듯 조용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이 줄었지만 불법 지원금의 온상이나 다름없는 온라인도 과거와 확연하게 다르다. 이통 3사가 갤럭시S20 예약 판매 기간을 줄이고 유통망에 장려금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은 결과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유통점은 장려금을 예측할 수 없다. 규모도 많지 않아 페이백 등 이전과 같은 영업은 언감생심이다. 파격의 지원금을 앞세워 가입을 유도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알림이나 문자에 익숙한 소비자는 예약 판매 기간 이후 상황이 반전되기를 바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5세대(5G) 이통 상용화 이후 불거진 불법 지원금 대란에 대한 사실 조사를 완료한 상태다. 이통사 모두 제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섣부른 행위를 불사하지 않을 게 자명하다. 휴대폰 가격의 불투명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4년 지원금 차별 금지와 투명한 정보 제공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통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된 근본 이유다. 휴대폰 가격 질서가 혼란하고, 소비자 간 차별을 조장하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단통법 시행 이후 긍정 효과도 분명하지만 불법 지원금 지급과 소비자 차별 등 구태는 근절되지 않고 수시로 재발되곤 했다. 단통법이 휴대폰 유통 투명화에 일조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일각에선 단통법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다. 방통위가 단통법 개정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휴대폰 유통 시장 분석과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실타래처럼 얽힌 복잡한 휴대폰 가격 구조를 감안하면 지혜의 왕 솔로몬이 환생하더라도 명쾌한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모두가 만족할 만한 대안은 찾기 어려울지 모른다. 무엇보다 휴대폰 가격의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할지를 우선 고민해야 한다. 철저한 현장 조사와 치밀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휴대폰 가격의 투명성을 제고하지 못하면 단통법 개정 효과는 반감되고, 소비자 간 차별화도 재현될 수밖에 없다. 자칫 안 하는 것보다 못할 수 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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