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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 와중에...금융그룹 지배구조에 메스 들이댄 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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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 6곳 자본적정성 평가때

작년 6월 제외한 '집중위험' 반영

삼성생명·화재 전자지분 보유 제한

공시 통합에 시행도 두달 앞당겨

코로나로 위축된 기업심리 더 악화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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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삼성·현대차 등 6개 금융그룹의 자본적정성을 평가할 때 비금융 계열사 지분 비중, 소유구조 안정성 등 지배구조도 들여다본다. 시행은 예정보다 두 달 앞당긴다. 재계에서는 삼성생명·삼성화재가 삼성전자에 대해 과도한 지분을 보유하지 말라는 뜻으로, 사실상 삼성을 정조준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외에도 기업 경영에 국가가 간섭하는 ‘깨알’ 규제가 많고 중복규제도 상당해 안 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기업 심리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정부청사에서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금융그룹감독 모범규준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제도는 국회에서 법 통과가 안 돼 지난 2018년 7월부터 ‘모범규준’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금융자산이 5조원 이상이고 여수신·보험·금융투자업 중 두 개 이상의 업을 영위하는 금융그룹이 피감대상이다. 삼성·현대차·한화·미래에셋·교보·DB 등이 해당한다. 1년 단위로 모범규준이 연장돼 올해도 7월이 시점이지만 당국은 속도감 있는 추진을 위해 5월부터 새 규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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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룹 자본적정성을 평가할 때 ‘집중위험’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자본적정성 평가는 적격자본을 필요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100%를 넘어야 한다. 집중위험은 최소요구자본, 전이위험과 함께 분모인 필요자본에 포함된다. 당국은 지난해 6월 집중위험은 관련 법의 국회 논의와 연계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적용하지 않았다. 이에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그룹 중 계열사 출자로 집중위험이 높은 곳은 삼성 하나뿐”이라며 “집중위험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것은 곧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계속 보유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사실상 삼성그룹만을 위한 특혜”라고 주장한 바 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학계에서 전이위험과 집중위험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하고 국제기준으로도 집중위험을 반영하고 있다”며 “4월까지 통합 계산모형을 만들어 3·4분기 중 모의시산을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새 평가기준에는 △계열사 운영, 경영관리 등 비재무적 요소 △소유구조의 복잡성 △내부거래 규모 △계열사가 동일한 로고 등을 사용하는 등의 평판 연계성 등도 반영해 문제가 있으면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산만 하고 실제 자본 확충은 법제화 이후 유도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재계의 반응은 다르다. 모범규준이라 안 지켜도 법적 제재는 없지만 당국 방침인 만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법 통과도 안 된 사안을 모범규준으로 사실상 강제하는 것이 맞느냐는 반발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집중위험의 경우 판단요소가 명확하지 않아 주관이 개입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당국은 이 밖에 금융그룹 대표회사 중심의 ‘내부통제체계’도 만들도록 할 방침이다. 대표회사와 소속 금융사 준법감시인으로 구성된 ‘협의회’를 신설하고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체계를 확립하도록 한다. 아울러 공시 제도도 지금은 당국에 그룹 차원의 위험사항을 보고만 하지만 앞으로는 금융사별 흩어져 있는 공시를 통합해 △그룹 재무현황 △출자구조 △위험현황 등을 통합 공시할 방침이다.

재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미 각 사가 하는 공시를 통합하라는 것은 중복규제”라며 “그룹위험 내부통제체계도 어떤 지표로 관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결국 옥상옥 규제이며 정권 해석에 따라 입맛대로 쓸 수 있는 규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계열사가 동일 명칭이나 로고를 사용하면 그룹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보겠다는 등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요소가 많다”며 “금융감독을 빌미로 국가가 기업 경영에 더 깊숙이 개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태규·서은영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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