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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뉴스&분석] 국회·법원마저…대한민국이 마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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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공포 ◆

매일경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에 대한 전면 방역이 실시되고 있다. 국회 사무처는 코로나19 방역 작업을 위해 이날 오후 6시부터 의사당과 의원회관, 의정관 등을 24시간 동안 일시 폐쇄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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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랙홀에 빠진 한국 사회 곳곳이 마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회가 폐쇄되고 법원은 대거 휴정에 들어가고 학사 일정이 중단되는 한편 산업 현장은 가동중단 위기에 처했다. 스포츠 행사가 잇따라 취소되고 있고 확진자가 방문한 병원과 공공기관은 문을 닫았고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자영업자는 개점휴업 상태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워지는 등 한국 사회 시스템이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800명을 훌쩍 넘기면서 중국 외 지역에서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한 충격으로 코로나 공포감이 급속도로 확산돼 시민들의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어려워졌다는 진단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사회경제적으로 메가톤급 피해가 불가피해 정부가 코로나 확산 저지를 위해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국회는 코로나 사태로 업무가 마비됐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가했던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와 상임위가 전격 취소됐다.

당시 하 회장과 접촉한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 전희경 대변인, 곽상도 의원 등은 곧바로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받았으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발적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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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방역작업을 위해 24시간 국회 폐쇄까지 전격 결정했다. 정치권에서 코로나 감염 사태가 확산되면 50일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엄청난 정치적 파장이 불가피하다.

벌써부터 정치권 일각에서는 4·15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호남계 정당 공동교섭단체인 '민주통합의원모임' 유성엽 원내대표는 "이번주 사태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총선 연기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법부와 검찰도 코로나 영향권에 들어왔다. 법원행정처는 이날 전국 법원에 사실상의 휴정을 권고했다. 긴급을 요하는 사건을 뺀 나머지 사건의 재판 기일을 연기·변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각급 법원에 요청해 정상적인 재판 진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서부지청에서는 소속 검찰 수사관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자 해당 수사관이 근무한 사무실을 폐쇄하고 접촉한 직원들을 자가격리 조치했다.

전국 단위로 초·중·고교가 개학을 연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초래되면서 학사일정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대다수 대학이 중국인 유학생 격리기간에 맞춰 2주간 개강을 연기한 데 이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학일이 다음달 2일에서 9일로 연기됐다.

지난 23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학생들이 학원, PC방 같은 곳을 이용하지 않도록 학부모들께서 지도해달라"고 강조한 후 종로·대성 등 주요 학원들도 일제히 휴원 방침을 밝혔다.

군도 7500여 명이 격리되고 야외 훈련이 전면 중단되는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 24일 국방부는 일선 부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야외 기동훈련을 일시 중단하는 대신 최전방 초소의 경계태세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군 내 확진자는 13명이고, 밀접접촉자는 350여 명, 격리자는 7500여 명에 달한다. 현재 전 장병 외출, 휴가가 중단되고 병역판정 신체검사도 2주간 연기된 상태다.

산업계도 시스템 마비 직전이다. 대구공항은 당분간 문을 닫기로 했고 대한항공이 매일 2회 왕복하던 대구~제주 국내선 운항을 다음달 28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도 대구~제주 노선을 잠정 중단하는 등 일제히 운항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외부 접촉 차단에 들어갔다. 삼성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현대자동차·SK·LG그룹, KT 등 주요 기업들은 본사 사옥에 대해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긴급 방역작업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과 현대제철 포항공장, LG전자 인천캠퍼스 연구동은 확진자가 발생했거나 임직원이 확진자와 접촉한 게 밝혀지면서 일시 폐쇄돼 기업활동 중단이 현실화했다. 현대차는 서진산업·신영 등 1차 협력사들이 일시 폐쇄돼 완성차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스포츠도 멈춰 섰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24일 "2020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세계탁구연맹과 협의해 연기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프로축구 K리그 2020시즌 개막도 잠정 연기됐다.

[고재만 기자 / 고민서 기자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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