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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사법농단’ 기밀누설혐의 판결문… 법원행정처 문건·언론 보도 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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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언론보도와 보고 문건 동일 / 법관들 제공정보 수사기밀 아냐” / 정운호에 보석 대가로 50억 요구 / 원본엔 “배당 담당 직원에 작업” / 당시 기사엔 해당 내용 전혀 없어 / 檢 “무죄 근거 납득 어렵다” 항소

    세계일보

    이달 중순 내려진 ‘사법 농단’ 판사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무죄 판단의 근거로 ‘언론보도’와 해당 판사가 작성한 문건 간 유사성이 높다는 점을 들었는데 실제 비교결과 두 자료의 구체성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두 자료 간 유사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제23형사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사법 농단’ 사건 관련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2016년 ‘정운호 게이트’ 당시 이들이 검찰 수사정보를 법원행정처에 보고했다고 보고 공무상 기밀누설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이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면서 “그 무렵 검찰이 언론을 활용해 관련 수사정보를 적극적으로 브리핑하거나 비위 법관 징계나 인사 조처를 위한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에 협조해 수사상황을 상세히 알려주기로 한 정황이 있다”며 “수사정보가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에 대해 비밀로서 유지하고 보호할 가치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보도 등이 이뤄져 공무상 비밀로 볼 수 없다는 논리다.

    세계일보

    신광렬·성창호·조의연 부장판사. 연합뉴스


    재판부는 검찰이 수사정보를 언론에 제공한 경우와 관련해 2016년 4월29일과 5월18일 특정 언론사 보도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그 무렵 이미 보도되었거나 수일 내에 보도될 예정이었던 수많은 언론기사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고 언급했다.

    재판부가 예로 든 기사들을 24일 살펴본 결과 피고인이 법원행정처에 제공한 보고 원본과는 차이가 있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그해 5월3일 신광열 부장판사(당시 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는 검찰의 체포영장 기록 등을 분석해 문건을 만들어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냈다.

    세계일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왼쪽)와 최유정 변호사


    문건에는 “최유정 변호사가 (송창수 사건과 관련해) 항소 배당 전에 보석으로 빼낼 수 있는 재판부로 2부 등을 언급하였고, 2부로 배당되자 반기면서 보석 확답을 받았다”며 “‘정운호 사건’과 관련해서도 최 변호사가 50억원을 요구하였고 배당 담당 직원에게 작업해 원하는 재판부로 배당한 다음 인사권자를 통해 재판부에 이야기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한 내용이 담긴 그해 4월29일자 기사에선 ‘(송창수 사건에 대해) 최 변호사가 재판부가 꾸려지기 전부터 특정 몇 개 부 중 하나로 배당되면 보석으로 뺄 수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 정도가 실렸다. ‘정운호 사건’에 대해서는 최 변호사가 ‘반드시 보석허가를 받아주겠다’며 정 대표에게 50억원을 요구했고, 사건 재배당 후 최 변호사가 ‘새 재판장은 22년 지기’라고 말한 내용이 기사화됐다. 보도에는 최 변호사가 ‘배당 담당 직원에게 작업해 원하는 재판부로 배당한다’는 내용은 없다.

    이 같은 이유로 검찰에서는 재판부의 1심 판결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판결 후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에 누설하는 등 수사 및 재판 기능에 중대한 위험을 야기한 사건에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했다. 또 검찰 관계자는 “설령 1심 재판부 판단을 인정해도 대법원이 2014년에 ‘관련 소문이 있더라도 진술조서 등이 공개되지 않는 이상 사건 종국 결정 전까지는 누설해서는 안 되는 수사기관 내부 비밀’이라고 판단한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이날 “판사는 판결로만 말하기 때문에 판결이 난 다음에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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