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료계 "본토인 차별이라며 안 막더니, 한국만 차별하냐"
코로나19 확산 거센 일본·이탈리아에는 여행경보 안 내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홍콩 정부가 한국에 '적색 여행경보'를 발령한 것에 대해 홍콩 언론과 야당, 의료계가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홍콩 정부는 한국에 대해 적색 여행경보를 발령해 25일 오전 6시부터 한국에서 오는 비홍콩인이나, 최근 14일 이내 한국을 방문한 비홍콩인의 입경을 금지했다.
홍콩인이라고 하더라도 한국의 대구나 경상북도를 방문한 사람이라면 14일 동안 강제 격리된다.
홍콩 정부는 한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는 것을 적색 여행경보의 근거로 들었지만, 이번 조치는 홍콩 각계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우한(武漢)을 중심으로 중국 본토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속출하고 감염자가 크게 늘자, 홍콩 내에서는 중국과의 접경 지역을 전면적으로 봉쇄해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다가 홍콩 공공의료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가고, 지난 4일 홍콩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하고 나서야 중국 본토인 전체를 대상으로 입경 통제를 했다.
그것도 중국을 방문했던 여행객과 홍콩 시민을 대상으로 2주간 격리 조치를 하는 것일 뿐 전면적인 입경 금지는 아니었다.
이날까지 홍콩에서는 8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2명은 사망했다.
이러한 늦장 조처에 대해 홍콩을 대표하는 영자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사스 교훈'을 얻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며 "홍콩 정부가 정치적인 고려를 우선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2002년 말 홍콩과 접한 중국 광둥성에서 처음으로 발병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곧바로 홍콩으로 확산해 1천750명의 홍콩인이 감염돼 299명이 사망했다.
더구나 중국 본토인에 대해서는 늦장 조처로 일관하던 홍콩 정부가 한국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입경 금지 조처를 한 것에 대해 '이중잣대' 아니냐는 거센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홍콩의 대표 일간지 중 하나인 빈과일보는 이날 1면 톱 기사로 "중국 본토인에 대해서는 문을 활짝 열어놓던 캐리 람이 한국에 대해 문을 닫아걸다: 야당, 이중잣대 비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홍콩 제1야당인 민주당은 캐리 람 행정장관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중국 본토인에 대한 입경 금지는 본토인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근거로 이번 조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그럼 이번 입경 금지는 한국인을 차별하는 것이냐"며 "홍콩 정부는 중국 본토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입경 금지를 하고, 일본과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여행경보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과 이탈리아에서도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지만, 홍콩 정부는 일본이나 이탈리아에서 오는 비홍콩인에 대해서는 14일 동안 자택에 머무르면서 체온을 측정하고 외출 시 마스크를 쓸 것을 권고하는 것에 그쳤다.
홍콩 야당인 공민당도 "이번 조치는 중국 본토인에 대해서는 미움을 사지 못하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미움을 살 수 있다는 뜻이냐"며 "홍콩 정부의 조치는 엉망이며, 근거를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홍콩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명보도 이날 1면 기사로 홍콩 정부의 '이중잣대'를 비판하는 의료계의 목소리를 전했다.
중국과의 접경지역 전면 봉쇄를 주장하며 이달 초 총파업을 벌였던 홍콩 공공의료 노조는 "중국 본토를 제외하고 한국에 대해서만 입경 금지를 하는 홍콩 정부의 조처는 '이중잣대'이며, 생명보다 정치를 우선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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