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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한미 국방 공개충돌…정경두, 에스퍼 앞 "무급휴직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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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美 납세자 불균형 부담 안 돼"

美, 동맹 전반에 최우선 과제" 포문,

정경두 "예년보다 높은 인상률 생각,

여존히 미국의 대폭 인상 요구와는 차이

정 "인건비 부분만 조건부 합의하자" 제안

에스퍼 "3월말까지 타결 안 되면 시행"

중앙일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펜타곤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견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방위비 증액은 미국의 동맹 전반에 대한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정효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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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증액은 한국뿐 아니라 동맹국 전반에 걸친 미국의 최우선 과제다. " "우리도 예년보다 높은 인상률을 생각하는 데 미국의 대폭 인상과 인식차가 크다."

불과 100일여만에 만난 한·미 국방장관의 24일(현지시간) 공동 기자회견은 이처럼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때문에 날 선 공방으로 진행됐다. 전체 25분간의 짧은 회견이지만 한·미동맹 국방 수뇌부가 분담금 증액을 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치 양보 없이 팽팽히 맞선 것은 이례적이다.

시작은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했다. "한국전 70주년을 맞아 미국은 완전히 한국 방어에 전념하고 있으며 한국의 기여에 감사한다"는 공치사에 이어 분담금 협상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에스퍼 장관은 "하지만 우리의 공동 방어 비용을 미국 납세자에게 불균형하게 지울 수는 없다. 따라서 세계 경제 강국이자 한반도 평화 보존에 있어 동등한 파트너인 한국과 연합방위 비용을 분담하는 데 있어 보다 지속할 수 있고 공평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분담금 협정(SMA)은 한국 방위와 관련한 미국의 전체 비용의 단지 일부만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한국이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11차 SMA 협상에서 양국 간 차이를 좁히기 위해 많은 일이 남았지만 우리는 오늘 생산적이고 솔직한 논의를 했다"며 "미국은 상호 이익이 되고 공평한 합의를 이루는 데 완전히 전념하고 있고, 이는 한·미동맹과 연합방위를 오랜 미래까지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2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펜타곤에서 정경두 국방장관은 한·미 국방장관 회담 이후 회견에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 휴직 사태를 막기 위해 작전유지비를 먼저 집행하거나, 예년수준 인건비만 조건부로 타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정효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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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장관은 모두 발언 마지막에 "분담금 증액은 미국의 동맹 전반에 걸친 최우선 과제"라며 "우리는 끊임없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에도 공동 방위에 더 많이 기여하라고 촉구하고 있고, 한국과 다른 파트너에게 똑같이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경두 국방장관도 지켜보기만 하지 않았다. 정 장관은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 분담금 외에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으며 올해 국방예산을 430억 달러로 편성했다"며 "이를 통해 한국군의 핵심 군사 능력 및 동맹 연합방위 수준을 격상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첨단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 등으로 분담금 외에 기여를 많이 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 장관은 이어 '한국이 연합방위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미국이 이해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은 작년(10차)에도 예년보다 훨씬 높은 8.2% 인상률로 합의했고 현재 11차 SMA 협상도 예년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인상률을 생각하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다만 미국에서 요구하는 그런 대폭 인상과는 인식의 차이가 분명하다"고 답했다. 미국이 지나친 규모의 총액 인상을 요구해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다고 반박한 셈이다.

그는 이어 "현재 잠정적으로 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인식차가 있더라도 협상팀이 자주 만나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이 중요하며, 협상이 재개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6차 협상 이후 열리지 않고 있는 7차 회의를 재개할 것을 촉구한 셈이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9000여명의 주한미군 소속 한국 근로자 무급 휴직 카드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미 국방장관은 주한미군 한국 근로자 무급휴직 사태를 놓고도 공개 충돌했다. 이 문제는 정경두 장관이 선공에 나섰다. 한국 근로자 무급 휴직을 미측이 방위비 협상 카드로 쓰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 장관은 "현재 법적 절차에 따라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4월 1일부로 한국인 근로자에 무급휴직을 통보한 상황"이라며 "저는 국방장관으로서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여건을 보장하고 연합방어태세를 공고히 유지하는 게 책무"라며 "다른 요소가 영향을 줘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근로자 무급휴직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에스퍼 장관에게 주한미군 사령부가 자체 작전유지비 예산으로 먼저 지원해 달라고 부탁했고, 그게 안 된다면 작년 수준의 인건비라도 조건부로 먼저 타결해 집행할 수 있도록 말씀을 드렸다"고 이례적으로 협상 내용을 공개했다.

군 고위 당국자는 "한국 협상단은 협상과정에서 미국 측에 이런 제안을 한 바 있고, 정 장관이 이번 국방장관 회담에서 이를 공식 제안한 것"이라며 "과거 6차 SMA 때도 인건비만 조건부로 먼저 타결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에스퍼 장관은 정 장관의 제안에도 4월 1일부터 한국 근로자 무급휴직이 시행될 것이란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그는 "나와 정 장관 모두 조만간, 3월 말까지는 합의에 도달하기를 바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한국 근로자에 대한 무급휴직을 시작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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