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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코로나 19가 바꿔놓은 직장인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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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이선율·양미정기자] 코로나 19로 인한 후폭풍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일상적인 직장의 모습까지 바꿔놓고 있다. 정해진 일정이 뒤틀리는 것은 물론 근무형태도 다양하게 변화를 주며 유연하게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 취업 바늘구멍 더 좁아질까?
신입사원 공채 일정을 연기하거나 입시 전형을 취소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4일부터 서울 양재동 본사의 외부인 출입을 통제함에 따라 신입사원 채용 면접 일정도 연기했다. 현대차는 부문별 신입사원 채용을 위해 서류전형을 마친 뒤 직무별 면접을 앞두고 있었다. 현대차는 지난 6일에는 2020년 신입사원 합동 교육도 잠정 중단했다. 삼성전자는 3급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SW)역량테스트를 이달 15일에서 다음 달로 연기했다. LG는 올해 신입사원 공채 일정을 4월 이후로 연기했으며 매년 미국에서 수 백명이 모여 만찬을 포함해 장시간 진행하는 이공계 석박사 유학생 채용 설명 행사 ‘LG 테크 컨퍼런스’도 참석자 안전을 위해 취소하기로 했다. 아울러 향후 국내외 LG 테크 컨퍼런스 행사를 그룹 차원이 아닌 계열사 특성에 맞게 실행하는 방안으로 전환토록 할 계획이다. SK와 GS그룹 역시 계열사별 채용 일정을 연기하거나 재고한다는 입장이다.

1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상반기 공채 윤곽을 밝힌 곳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지난해와 대비된다. 지난해에는 LG화학이 2월 27일부터 접수에 들어갔고 SK와 KT그룹은 3월 4일, CJ그룹은 3월 5일, 삼성은 3월 12일부터 계열사별 순차 모집을 시작했었다.

가뜩이나 좁은 취업의 문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인크루트가 구직자 44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가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구직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채용 연기(25.8%), 채용전형 중단(24.2%), 채용규모 감소(21.7%) 등을 불안요소로 꼽았다. 인크루트는 “10대 기업 중 상반기 공채윤곽을 밝힌 곳은 아직 단 한 곳도 없다. 보통 대기업 상반기 공채는 3월 초 일제히 접수를 시작하지만 채용일정은 미리 공개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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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맞춤형 근무형태 속속 등장
근무형태도 유연해졌다. LG는 재택근무 등 임직원 안전을 위한 조치를 강화했다. 임산부 직원의 경우 필요기간동안 재택근무토록 하며 육아를 위해 재택근무가 필요한 직원들도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다. 재택근무는 정상근무로 인정하거나 공가(유급휴가)를 부여해 불이익이 없도록 했다. 출퇴근 혼잡 시간에 대중교통 이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 8시간 근무를 하되 출퇴근을 당기거나 늦출 수 있는 ‘플렉시블 출퇴근제’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식사를 분산해 할 수 있도록 전 사업장의 사내식당 운영시간을 연장한 것도 눈에 띈다.

쿠팡, 이베이코리아, 11번가, 위메프, 티몬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전 직원 재택근무 지침을 내렸다. 재택근무가 불가한 인력에 대해서는 교대 근무와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도록 했다.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출퇴근을 최소화 하고 교대근무나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LG전자는 전 사업장에서 외부 방문객의 출입을 금지하고 임직원들의 사업장간 출장 금지시켰다. 또 재택근무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외부에서 클라우드에 원활히 접속되도록 관련 장비와 네트워크 점검 강화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자체 제작한 자가진단 모바일 앱(APP)을 임직원에게 배포해 발열, 기침 등 건강이상이나 확진자 및 의심자 접촉 여부 등을 1일 1회 필수 입력하도록 조치했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대부분의 기업들 역시 지역간 출장 및 방문을 자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롯데그룹은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나 서울 소공동의 소공타운 등을 대상으로 복합건물 내 입주 계열사 간 이동 자제령을 내렸다. 같은 건물 내에서라도 가급적 다른 층에 있는 계열사 방문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신세계와 현대는 주요 회의를 연기하거나 화상 또는 컨퍼런스 등으로 대체하는 식으로 개별 직원간 접점 역시 최소화 하고 있다. CJ그룹도 교육, 사내 행사 및 모임 등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를 자제하기로 결정했다.

◇ 해외여행 자제 권고에 애태우는 직장인들
휴가 사용을 둔 노사의 입장차가 선명하게 갈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직원은 해외여행을 자제하라”는 기업이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일부 기업이 “회사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직원은 징계조치 대상”이라며 소속원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 기업은 한 명의 확진자가 업장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며 구성원들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로 인해 휴가를 휴가답게 쓰지 못하게 된 직원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직장인 A씨 역시 다음달 잡아놓은 해외여행의 단꿈을 아쉬움으로 삼켜야 했다. A씨는 “방콕에 가기 위해 지난해에 일찌감치 항공권, 호텔, 여행상품을 모두 예약했는데 회사 방침으로 인해 취소할 수밖에 없어 아쉽다. 회사의 조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아쉬움은 둘째치고 막대한 수수료를 물어야 해서 경제적 손해도 막심하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회사 공지를 아랑곳하지 않고 여행을 강행하는 사례도 있다. 회사가 손해배상을 해줄 것도 아닌데 여행을 통제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주장이다. 직장인 B씨는 사전에 예약해둔 필리핀 여행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그가 다니는 회사는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 등에 다녀오면 무급휴가 조건으로 2주간 자가격리를 시키고 있지만 이미 항공편과 숙소를 다 예약한 상황에서 취소 수수료를 내느니 휴가를 다녀와 무급휴가를 내는 쪽이 손해가 덜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B씨는 “회사가 학교도 아니고 해외여행을 가지 말라고 강요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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