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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예고도 없이 한국에 ‘빗장’… 美도 여행경보 최고등급 격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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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서 번지는 ‘코리아포비아’/ 급작스럽게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 / 외교당국 협의 없이 불통사례 속출 / 美, 中과 함께 여행 ‘경고’ 대상국 지정 / 日 “대구·청도군 불필요한 방문 중지” / 강 외교 “자의적 본국 송환 우려” 표명 / 베트남 등 한국행 항공편 줄줄이 축소 / 국가 이미지 추락·경제 큰 타격 우려

세계일보

우여곡절 끝 귀국 이스라엘 정부의 한국인 입국금지 조치로 현지 공항에서 발이 묶였던 교민들이 이스라엘이 제공한 전세기 편으로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인천공항=뉴스1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25일도 세계 각국에서 한국발 항공편 승객 입국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조치가 이어졌다. 이날은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까지 이에 가세했다. 이 흐름은 당분간 계속돼 국민 불편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국가 이미지나 경제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홍콩까지… 우후죽순 ‘코리아포비아’

코로나19가 발원한 중국에서 이날 되레 한국 입국자의 중국 유입을 제한하는 사례가 나왔다. 산둥성 웨이하이(威海)시 웨이하이공항 당국이 25일 한국발 항공편에 탑승한 승객 전원에 대해 격리 조치에 들어가면서다. 격리 대상 승객 163명에는 한국인 19명, 중국인 144명이 포함돼 있었다. 외교 소식통은 “현재 웨이하이시는 12일간 추가 확진환자가 없어 이틀 뒤면 청정지역을 선포할 수 있다”며 “지역경제를 위해 이번 조처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전날 밤 홈페이지에 홍콩을 한국인 ‘입국금지’ 국가로 분류했다. 홍콩은 중국 본토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한국 확진자가 급증하자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문제는 사전 통지 없는 기습 입국 금지·제한이다. 이스라엘의 항공기 회항 사태에 이어 각 나라에서 갑작스러운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전날 한국 정부가 대만의 2단계 조치를 공지했지만 현지 언론발로 3단계 조치 시행이 먼저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항상 사전통보를 하고 사전협의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이나 보건당국의 결정으로 급작스럽게 한국인의 입국제한 조치를 시행하다보니 외교당국 간 소통이 먼저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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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의 한국 여행경보 격상도 잇따르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4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 등급을 최고 단계인 3단계 ‘경고’로 격상했는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가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CDC는 중국과 한국을 ‘경고’ 대상 국가로 지정하고, 코로나19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일본·이란·이탈리아를 ‘경계’ 대상 국가로 분류했다. 일본 외무성도 대구와 경북 청도군에 대해 불요불급한 방문을 중지하라는 감염증 정보 2단계를 발령했다. 해당 단계는 1(방문주의)-2(불요불급 방문 중지)-3(방문 중지)-4(대피)의 4단계로 이뤄져 있다.

◆외교 당국 대응 문제 없나… 줄어드는 한국행 항공편

강경화 외교통상부 장관은 전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3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서 코로나19 발생 국가 출신자에 대한 혐오 및 증오 사건, 차별적인 출입국 통제 조치, 자의적 본국 송환을 우려한다고 했다. 한국발 항공기를 회항시키고 전세기를 띄워 한국인을 송환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특히 겨냥한 것으로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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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자국민에 한국행 자제를 권고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4일(현지시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등급인 3단계로 격상했다. 지난 22일 여행경보를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린 지 이틀만에 다시 조정한 것이다. 사진은 이날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모니터에 표시되는 항공기 운항 정보. 연합뉴스


이날 주한외교사절단을 상대로 한 설명회도 열렸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직 외교관은 “지금 상황에서 설명회를 하거나 다른 나라들을 비판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내부적으로 빨리 확산세가 진정돼야 각국의 정책도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보다 외국에서 갑작스러운 조치로 불편을 겪은 한국인들에 대한 지원이 급선무라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모리셔스는 최근 한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지역이지만 비상주 영사협력원 1명이 영사업무를 지원하고 있어 위기 상황에서 대처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평가된다. 소규모 공관의 영사 지원 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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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베트남 일간 뚜오이째는 이날 주 563편에 달하던 양국 간 항공편이 3월 28일까지 절반가량으로 줄어들게 된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뱀부항공은 26일부터 기존 한국 노선 운항을 전면 중단하고, 인천∼하노이 신규 노선 취항 시기를 3월에서 6월로 전격 연기했다고 한국관광공사 하노이지사가 전했다. 쿠웨이트 민간항공청(DGCA)도 한국을 오가는 자국 항공편 운항에 대한 전면중단 방침을 발표했다. 싱가포르에선 한국 여행 일정을 취소하는 요청이 속출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가 전했다. 브라질 보건부는 코로나19 관련 여행자 검역 강화 대상에 한국을 포함했다.

베이징·워싱턴·도쿄=이우승·국기연·김청중 특파원, 홍주형·김민서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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