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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신천지와 이만희 총회장

왜 그들은 정체를 감추나… ‘신천지’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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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 소재 신천지 교회를 폐쇄하겠다고 밝힌 지난 21일 서울 서대문구 신천지예수교 서대문시온교회에서 방역업체 직원이 방역을 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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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국내 확산 진원지로 지목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은 대체 어떤 종교 단체일까. 왜 개신교계로부터 ‘이단’으로 낙인 찍혔을까. 신천지 교인들은 왜 그리도 불신의 대상이 됐을까.

◇이만희에게 요한계시록 해석 권한 있다

신천지는 구약에 등장하는 12지파에 근거해 전국 교회를 12지파로 분류한다. 경기 과천의 총회 본부 산하 ‘요한 지파’를 비롯해 △시몬 지파(경기 고양, 서울 영등포) △야고보 지파(서울ㆍ경기, 의정부) △바돌로매 지파(서울 강서와 경기 부천ㆍ김포) △마태 지파(인천) △빌립 지파(강원과 충북 충주ㆍ제천) △맛디아 지파(충청) △도마 지파(전북) △베드로 지파(전남) △다대오 지파(경북) △안드레 지파(부산ㆍ울산, 경남 창원ㆍ거제, 제주) △야고보 지파(부산, 경남 진주ㆍ마산) 등이다. 신종 코로나 첫 확진자가 나온 대구 교회는 다대오 지파에 해당한다.

신천지는 신약 중에서 요한계시록을 유달리 강조한다. 요한계시록 4장에 나오는 하나님의 보좌, 그 앞에 있는 네 생물, 이십사 장로, 일곱 영 등을 본뜬 것이 대표적이다. 이 총회장이 하나님의 자리에 앉고, 24명의 장로와 7교육장을 뽑아 총회 직제를 구성한다.

이 총회장은 자신이 “제2의 요한, 대언자, 약속한 목자, 이긴 자”이기 때문에 오로지 자신에게만 요한계시록을 해석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몇 년 전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회장은 “기성 기독교계에서 요한계시록을 제대로 해석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거나 “오직 신천지만이 요한계시록의 의미를 풀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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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대구교회가 2018년 10월 21일 경북 청도 공설운동장에서 개최한 교육 과정 수료식. 신천지 대구교회측은 이날 수료식에 외국인 166명을 포함해 2,052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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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빼가기… 신천지 vs 개신교 오랜 갈등

신천지는 개신교계와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 왔다. 주로 개신교 교회에서 신도를 빼가는 방식으로 교세를 늘려 왔기 때문이다. 한정된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종교로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신천지 측의 집요함은 남다르다는 게 개신교계의 주장이다.

대표적인 게 ‘추수꾼’이다. 신천지는 기존 개신교 교회에 추수꾼이라 불리는 신도를 잠입시켜 담임 목사나 교회 측의 비리를 파헤친 뒤 그걸 교회 내에 공론화해 목사를 쫓아내고 교회를 접수하는 방식을 쓴다는 게 개신교계의 주장이다.

기존 교회의 신도들을 교회 밖으로 꾀어내 교회의 기존 가르침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포섭해 들어가는 전략을 쓰기 때문에 오히려 ‘제대로 된 신앙 생활’을 해보고 싶어하는 젊은 층에게 영향력을 꽤 발휘하기도 한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이만희 총회장은 “무종교인보다 기성 기독교인에게 신천지 전도가 더 잘 된다”고 한 적이 있다.

신천지는 이렇게 공략한 젊은이들을 시온기독교선교센터에서 공부를 시켜 신천지 신도를 만든다. 지금껏 센터를 수료한 이들만 약 10만명인데, 이 가운데 20, 30대 비율이 약 67%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간 신자 증가율이 15~20%에 이른다는 게 신천지 측 자랑이다. 이 때문에 교회에 가면 현관이나 로비 입구에 ‘신천지 출입 금지’라는 글귀를 붙여 놓은 곳이 적지 않다.

◇개신교계의 거센 ‘이단’ 공세

이 때문에 개신교계에서는 신천지의 이단성을 강력하게 지적하고 비판해 왔다. 신천지는 1980년대 초 이만희 총회장이 창설한 교단이지만, 그 역사는 더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창덕 목사는 2013년 내놓은 ‘한 권으로 끝내는 신천지 비판’(새물결플러스 발행)이란 책을 통해 신천지의 뿌리를 질병으로 고생하던 김종규(본명 김용기)가 ‘신비적 체험’을 한 뒤 1964년에 세운 ‘호생기도원’으로까지 소급한다.

훗날 장막성전의 교주로 ‘어린 종’이라 불리게 된 유재열과 그의 부친 유인구도 그의 제자였다. 1966년 시작된 장막성전은 1980년 전두환 정권 초기 사이비종교정화운동에 걸려 문을 닫게 되지만, ‘둘째 장막’인 이 총회장의 신천지가 그 명맥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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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건물. 이 건물 2~5층에 신천지 교회와 부속 기관이 입주해 있으나 이를 알리는 간판은 전무하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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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을 키우는 신천지

이단 논란 등으로 인해 신천지 신도들은 신도라는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비밀주의는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를 맞아 난타 당하고 있다. 확진자들 중 확진 판정을 받고서야 비로소 신천지 교인임을 밝히는 경우가 나타나면서다.

신천지 전체 교인 명단을 입수하려던 정부도 25일에서야 신천지 측으로부터 긍정적 대답을 들었다. 앞서 23일 신천지 측은 “보건 당국에 넘긴 대구교회 성도 명단이 유출돼 성도를 향한 차별과 모욕, 강제휴직이나 퇴직 압박 등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개신교계 “신천지 설명은 거짓”

신천지를 난타하는 데는 개신교계가 앞장서고 있다. 가령 신천지 측에서 자체 공개하는 종교 시설 수는 1,100곳이다. 신천지가 신종 코로나의 온상이 된 게 신천지 특유 예배ㆍ포교 관행 탓이라는 비난이 일자 신천지는 지난 22일 홈페이지에다 총회 산하 12지파의 본부ㆍ지교회 74곳과 부속 기관 1,026곳의 주소를 올렸다.

하지만 이단을 추적한다는 유튜브 계정 ‘종말론사무소’는 지난 1월 신천지의 과천 본부 교회에서 열린 ‘제36차 정기총회’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국내외 신천지 관련 시설은 1,529곳이라고 주장했다. 교회(성전) 72곳과 자체 교육기관인 시온기독교선교센터 306곳(해외 200여곳 포함), 사무실 103곳, 기타 1,048곳 등이다. 신천지 측 집계 결과보다 429곳이 많다.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건 위장 공간 때문이라는 게 개신교 측 주장이다. 신도 빼돌리기, 사이비, 이단으로 지탄 받자 신천지는 일반 교회 간판을 내걸거나, 아예 카페 복음방 문화센터 전도방 스터디룸 등의 형태로 위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반인들을 끌어들여 성경 공부 등의 핑계를 내세우면서 자신들의 교리를 집중적으로 가르친 뒤 서너 달 뒤에야 자신들이 신천지임을 밝힌다고 한다. 신천지 피해자 구제 활동을 해 온 정윤석 목사는 “공식적 기관 이외에도 카페나 문화센터 등 포교를 위해 설립한 위장 부속 기관들 또한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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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김남희(왼쪽)씨가 이만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총회장과 사실혼 관계였다고 주장하며 전통 혼례 사진을 공개했다. 유튜브 ‘존존테레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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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신천지

지금 신천지는 설상가상이다. 신종 코로나 확산의 주범으로 몰린 데다 최근 불거진 내부 갈등이 추문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한때 신천지의 2인자이자 이 총회장과 사실혼 관계였다는 김남희씨가 이 총회장에 대한 지속적 폭로를 예고하면서다.

김씨는 최근 유튜브 채널 ‘존존테레비’에 출연해 “이만희는 구원자도, 하나님도 아니다. 하나님과 종교를 이용한 완전 사기꾼”이라며 “이만희 교주를 구원자로 믿는 종교 사기 집단 신천지는 이 땅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는 걸 알리기 위해 출연하게 됐다”고 했다. 신천지 측은 김씨가 교회 돈을 착복한 사실이 감사에서 적발돼 이에 따른 징계 차원에서 제명 처리한 거라는 입장이다. 현재 양측은 소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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