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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온 국민이 불안에 떠는데…불편해도 참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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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발열 검사·체크리스트…일반 진료받으러 가면 확인, 확인, 또 확인

병원들 ‘코로나19’ 고강도 방역



경향신문

코로나19 사태의 위기 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강화되면서 환자가 많이 몰리는 대학병원·대형병원들이 이용자들에 대해 여러 단계에 걸쳐진 밀착방역의 수위를 최대한으로 높였다. 한 대학병원에서 출입자 발열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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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증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심각’ 단계가 됐다. 전국에서 환자가 내원하는 주요 대학병원·대형병원에 초비상이 걸렸다.

병원은 다양한 인원이 집중되는 곳이다. 외래 환자 5000~1만명, 입원 환자 1000~2000명, 의료진과 직원 2000~5000명 등이 병원이라는 한 공간에서 접촉하게 된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한 대형병원은 병원 내에서 하루 체류하는 인원이 외래·입원 환자, 보호자, 의료진과 직원 등을 포함해 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이다.

병원에서의 감염 확산은 걷잡을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기 쉽다. 환자들은 면역력이 취약해 더욱 위험할 수 있다. 병원을 찾는 환자와 보호자들, 입원 환자 등은 병원 측의 안내가 불편하더라도 적극 따라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이 안 걸리는 것 못지않게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도록 방역 및 위생 수칙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사단 병력이 무장간첩 하나를 놓친다’는 얘기는 급속 감염병의 방역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내원자 밀착방역 더욱 강화

이달 24일 현재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경우, 예약된 환자들은 모두가 내원 전 안내문자를 받는다. 최소한 아래 6가지 사항에 해당되는 경우 병원으로 전화해서 예약일정 변경 등을 해야 한다. 첫째, 최근 2주 이내 중국·중화권·동남아·일본 방문력 둘째, 국가에서 노출자로 문자를 받았는지 여부 셋째, 대구 신천지예수교회 다대오지성전 방문력 넷째, 2월1일 이후 대남의료재단 청도 대남병원 방문력 다섯째, 2월7일 이후 대구 새로난한방병원 방문력 여섯째, 1월26일 이후 서울 종로 명륜교회 방문력이다. 특히 각 진료과 외래와 검사실에서 DUR(해외여행력 정보제공 시스템)을 통해 위험국가 방문력이 확인된 경우를 사전 스크리닝(조사)한 후, 해당 사항이 있으면 병원에서 내원 전 환자에게 연락해 입국일 기준 2주 후로 연기한다.

환자들이 드나드는 출입문도 물샐틈없는 감시가 이뤄진다. 병원을 찾는 모든 사람들은 출입구에서 발열 카메라를 만나는데, 출입구에는 4종 보호구(마스크, 고글, 장갑, 가운)를 갖춘 직원들이 내원객 모니터링을 하며 마스크를 권유한다. 발열 카메라로 모니터링을 시행했을 때 체온이 높다고 신호가 뜨면 체온계로 정확한 체온을 재측정, 체온이 37.5도가 넘고 의심 항목에 해당하는지 재확인한다.

특히 재확인에서는 항목 하나가 늘어(총 7개 항목) 대구·경북 지역 환자여부가 포함된다. 의심 사항에 해당되지 않으면 마스크 착용 후 병원 출입이 가능하고, 의심항목에 하나라도 해당되는 경우 환자는 선별진료소로 안내하며, 보호자나 단순 방문객은 귀가조치를 원칙으로 한다. 귀가 후 질병관리본부 1339에 신고하도록 안내한다.

■ 진료실 앞에서 한 번 더 확인

외래 진료실 또한 안심할 수 없다. 병원 출입문에서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통과했더라도 외래 환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해야 진료구역에 들어올 수 있다. 외래진료구역에 들어오면 무인접수기 혹은 접수 데스크에서 직원들이 의심 7개 항목을 다시 물어보고, 대답 여부에 따라 진료가 진행된다. 하나라도 의심 항목에 포함되고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선별진료소로 안내한다. ‘의심’이 한 항목이라도 포함된 경우는 증상이 없어도 진료 연기를 권고한다. 7개항에 포함되지 않고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어야 마스크 착용 후 진료가 가능하다.

입원 예정 및 건강검진 예정자에게는 내원 전에 6개항 안내문자를 발송해 해당사항이 있거나, 대구·경북지역 방문자는 2주 이후로 예약 연기를 권고한다. 입원 당일에도 의심증상이 있으면 입원 제한될 수 있음을 안내한다. DUR을 통한 사전 스크리닝에서 선별된 환자에게도 동일하게 안내하고 있다. 입원예정자용 선별문진표 항목 중 한가지 이상 체크된 경우 2주 이후로 연기하며, 불가피하게 진료 진행이 필요한 경우에는 선별진료소로 이동하게 된다.

선별진료소로 가면 선별문진표를 작성하게 되는데, 역학적 연관성이 있는 경우 진료 연기를 원칙으로 하며, 역학적 연관성이 없으면 외래·검사실로 복귀해 진료 진행토록 안내하고 있다. 선별문진표상에 리스크 유무, 폐렴 및 증상 유무에 따라 음압 격리 대기실에서 대기하면서 PCR(중합효소 연쇄반응) 검사 등 추후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이런 환자들은 질병관리본부 결정사항에 따르거나 선별진료소 진료 후 귀가조치가 이뤄진다. 이 같은 고강도 밀착 감시와 방역은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의 진척에 따라 매뉴얼은 변하게 된다.

■ 의료용 마스크 레벨 올려야

주요 대학병원·대형병원에는 전 구성원이 마스크를 쓰고 근무하고 있다. 환자와 접점 부서가 아닌 경우에도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한다. 마스크 쓰기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손씻기와 더불어 첫손 꼽히는 공중 및 개인 수칙이다. 지난주까지는 응급실, 감염관리부서, 중환자실, 마취통증의학과, 호흡기계 진료과 등을 제외한 일반 외래나 병동에서는 의료진이 일회용 일반 의료마스크(수술용, 혹은 덴탈 마스크라고도 함)를 썼지만 이제는 마스크 레벨(등급)도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병원의 손실과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의료진 보호 차원과 환자 및 내원객 불안 경감, 보다 철저한 감염 차단 등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최근 20일 동안 N95(코로나19 및 미세먼지 차단 기능) 특수 마스크가 총 1만4600개 반출되었다. 하루 평균 730개씩 사용한 것이다. 지난해 이 병원의 N95 마스크 소비량은 총 5만3140개였다. 하루에 약 150개꼴이다. 이뿐만 아니라 의료용 마스크를 매일 1~2개씩만 쓴다고 해도 병원당 1만개 내외의 마스크가 소비된다. 의료용 마스크 등급을 올려서 지급하려면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이미 지난 21일부터 27개의 모든 일반 외래에서 특수 마스크의 하나인 KF94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다. 전에는 마스크 구입에 월 500만원 정도 들어갔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달간 집계해보니 하루 160만원, 월 4000여만원이 소요됐다.

코로나19는 일반 마스크로도 충분히 대처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심각’ 단계에서 보다 철저한 원내 감염 예방을 위해 의료진들에 대한 마스크 격상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주부터는 전반적인 마스크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조짐이 보여 병원계는 긴장하는 분위기이다. 환자들도 마스크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외래진료실에서 환자들이 예의상 마스크를 벗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감염분야 전문가들은 절대 벗지 말라고 권고한다. 검사실에서도 가능하면 마스크를 쓴 채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선별진료소를 찾은 경우 정부가 지원하는 검사뿐 아니라 추가 검사를 할 경우 20만~30만원의 진료비가 개인 부담으로 나올 수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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