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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제1당 뺏길라” “꼼수로 악영향”… 비례정당 딜레마 빠진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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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정당’ 창당 실효성 논란 / 외부 지지단체로 만들 땐 ‘후순위’ / ‘현역’ 파견 설립 놓고 갑론을박 / ‘정치사 오점’ 원색 비난도 발목 / 지도부 “절대 불가” 선 긋고 있지만 / 당내선 비례청년당 대안 등 거론 / 커지는 창당 목소리에 고민 커져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속개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비례대표 의원 확보를 위한 위성정당 필요성을 강력하게 제기하면서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비례정당을 세우면 비례의석은 더 얻을 수 있지만 민심 악화로 지역구 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어서다. ‘의병’, ‘민병대’, ‘시민당’ 등 외부 세력의 자체적 움직임을 방관하는 형태로 만들 경우 상위 순번의 정당 번호를 받을 수 없어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민주당 관계자는 26일 “6석인 정의당보다는 현역 숫자가 많아야 비례정당의 파급력이 있지 않겠느냐”며 “현역을 파견하려면 지도부가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내놓고 비례 정당 창당 쪽으로 움직이기는 힘든 상황이다. 민주당은 그간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미래한국당)을 향해 ‘한국 정치사의 오점’, ‘극단적인 꼼수’ 등 원색적 표현으로 비판해왔다.

또한 기존 비례대표 후보 선출 절차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면 예상 의석수가 많은 비례정당으로 후보들이 쏠려 민주당 비례 경선이 허울만 남게 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날 비례대표 후보 신청을 마감하고 다음 주부터 면접 등 일정을 진행한다.

비례후보를 아예 내지 않는 통합당과 달리 민주당 비례후보와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 후보가 동시에 출마하면 유권자의 혼선을 가중시켜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 있다. ‘꼼수’ 논란이 지역구 선거에 미칠 악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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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의원단·시도당위원장단 비상연석회의에서 “미래통합당의 불법적인 꼼수정치에 대해 똑같은 꼼수로 대응하는 것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반개혁 수구세력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민주 정당이라면 절대 가서는 안 될 길”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청년조직을 동원해 비례청년당을 만들거나 원외 진보정당들과 함께 비례정당을 창당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 대안까지 거론된다. 선거제 개편을 추진한 입장에서 명분은 떨어져도 의석 확대라는 실리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부터 적용되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하에서 민주당은 현재 13석인 비례의석이 7석으로 대폭 감소될 전망이다. 반면 비례정당을 세운 통합당은 비례(연동 30석, 병립 17석) 중 연동의석에서만 약 20석이 예상된다. 양당이 지역구에서 비등한 성적을 낼 경우 비례의석이 제1당과 국회의장 배출 정당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도 비례정당을 세우고 이 정당이 현재 지지율(40%)의 절반만 획득해도 15석가량의 비례의석 추가가 예상된다. 그만큼 통합당의 비례의석도 줄어든다. 이 때문에 정봉주·손혜원·민병두·송영길 등 전현직 의원들은 비례정당 창당이 불가피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최근엔 민주당 내 청년들이 “우리가 총대를 메겠다”며 나서는 상황이다. 비례 도전을 꿈꿨던 당내 청년들이 예상 의석수 감소로 진로가 좁아진 데다 지역구 출마에 도전한 청년들이 최근 대거 컷오프(공천 배제)당하면서다. 장경태 청년위원장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청년 의병이라도 나서야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 분출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비례정당 불가”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일각에선 창당 스케줄을 고려했을 때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만큼 빨리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이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며 “미래한국당이 생긴 상황에서 비례의석 문제로 제1당 지위를 빼앗기면 남은 기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텐데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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