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잠 쫓는 두통, 뇌종양 의심을
심한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불러
이갈이, 얼굴 좌우 비대칭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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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잠버릇은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다. 스스로는 잘 잤다고 생각하지만 뇌파를 살펴보면 깊은 잠에 이르지 못한다. 눈은 감고 있지만 뇌가 각성 상태로 깨어 있어 몸이 낮처럼 활동한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교감신경이 흥분한다. 잠을 자는 동안 뇌가 각성하는 빈도가 늘면서 수면의 질은 나빠진다. 수면 효율도 떨어져 7~8시간을 자도 잠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잠을 오래 자도 개운하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면 자신의 잠버릇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밤에 기침 더 하는 천식·역류성 식도염
잘 때 나타나는 독특한 습관인 잠버릇은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한다. 첫째, 현재의 몸 상태를 반영한 잠버릇이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유독 기침·가려움증이 심해진다거나 두통으로 새벽에 잠을 깨는 식이다. 이는 몸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천식·만성기관지염으로 호흡기가 약하다면 잘 때 발작적으로 기침한다. 낮보다 밤에 체내 이산화탄소가 많이 쌓인다. 잠을 자는 동안은 하품 등으로 산소를 보충할 수 없어 호흡기가 더 민감해진다. 누웠을 때 속이 더부룩하면서 기침으로 자다 깬다면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한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낮과 달리 누워서 자는 밤에는 복부 압력이 높아져 위산이 역류하기 쉽다. 위산이 식도를 타고 올라와 기도를 자극해 기침을 일으킨다.
밤새 여기저기를 벅벅 긁는다면 아토피 피부염으로 피부가 예민한 상태다. 밤에는 피부 장벽 기능이 약해져 수분 손실이 증가한다.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가려움증이 심해진다. 자다가 극심한 두통으로 잠을 깼다면 뇌종양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뇌압은 새벽에 가장 높아진다. 구토와 함께 한쪽 팔다리에만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뇌 신경학적 이상 여부를 살펴야 한다. 참고로 신경성 두통은 주로 오후에 나타난다.
둘째, 그 자체가 질환인 잠버릇이다. 일종의 수면장애다. 정상적인 수면 패턴이 망가지면서 건강을 갉아먹는다. 잠버릇을 가볍게 생각하는 데다 잠을 자기 때문에 수면 부족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주민경 교수는 “중요한 것은 자고 난 다음 날의 몸 상태”라고 말했다. 깊은 잠을 충분히 잤다면 아침에 일어날 때 머리가 맑고 개운하고, 낮에 피곤하지 않으며, 커피를 마시지 않고도 학업·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병적인 잠버릇도 있다. 바로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잠버릇이다. 대표적인 것이 코골이다. 코의 점막이 충혈됐거나 염증으로 공기가 드나드는 통로가 좁아지면서 잘 때 코를 골게 된다. 흔히 시끄러운 소리에 주변에서 힘들 뿐 자신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는 오해다. 코골이가 심해지면 기도가 좁아져 점차 숨을 얕아지다가 혀뿌리가 공기의 흐름을 완전히 막으면 호흡이 일시적으로 끊기는 수면무호흡증으로 악화한다. 결국 숨을 쉬기 위해 자다가 컥컥거리면서 잠든 뇌를 깨운다. 그 여파는 치명적이다. 매일 잘 때마다 혈중 산소포화도가 낮아져 혈관이 두꺼워지고 혈압이 높아진다.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커진다.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두 배 높다는 보고도 있다.
자고 일어났을 때 이부자리가 유난히 헝클어진 경우도 주의한다. 잠을 자면서 팔다리를 움직이고 심하게 뒤척거릴 가능성이 크다.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는 잠꼬대를 하기도 한다. 심해지면 무의식중에 팔을 휘젓고 발을 걷어차는 행동을 보인다. 이는 렘수면행동장애다. 본래 꿈을 꾸는 정상적인 렘수면 단계에서 팔다리 근육이 마비돼 움직일 수 없다. 그런데 뇌 속에서 팔다리 근육 등 행동을 조절하는 부위에 문제가 생겨 자고 있는데 움직이는 이상행동 증상을 보인다. 이는 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상암 교수는 “렘수면행동장애는 뇌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퇴행성 뇌 질환인 파킨슨병·치매와도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뇌에서 행동을 조절하고 기억·판단하는 부분의 위치가 비슷해서다. 이를 확인한 연구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윤인영 교수팀은 렘수면행동장애를 보인 84명을 대상으로 추적·관찰했더니 이 중 9%가 렘수면행동장애로 진단받은 지 3년 만에 파킨슨병·치매로 진단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기억력·집중력 등 뇌 인지 기능이 떨어진 비율이 무려 78%나 이른다.
낮은 베개 베고 옆으로 자면 녹내장 우려
이갈이도 가볍게 여기면 안 되는 잠버릇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턱이 아프거나 입이 잘 안 벌어진다면 자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이를 갈았을 수 있다. 이를 갈 때는 위아래 턱을 좌우로 불규칙하게 움직인다. 치아를 비롯한 구강 조직은 음식을 씹는 것처럼 수직으로 가해지는 힘은 비교적 잘 견디지만 수평 방향으로 가해지는 힘에는 약하다. 게다가 이를 갈 때 가해지는 힘은 음식을 씹을 때보다 2~3배 강하다. 과도한 힘이 가해져 치아가 깨지고 잇몸·턱관절에도 부담을 준다. 이갈이가 심해지면 턱의 좌우 균형이 깨져 안면 비대칭으로 얼굴 모양이 바뀔 수 있다.
낮은 베개를 베고 옆으로 누워 자는 것도 조심한다. 편한 자세로 자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잠을 잘 때 머리의 위치가 몸의 축인 척추보다 낮아져 두경부 정맥이 눌리면서 안구 내 압력(안압)이 높아진다. 자는 동안 안압이 높은 상태를 유지해 시신경의 혈액순환이 나빠지면서 녹내장이 생길 수 있다. 고대안암병원 안과 유정권 교수팀이 수면 자세에 따른 안압 변화를 조사했더니 천장을 보고 누웠을 때 눈의 안압은 14.7㎜Hg였는데, 옆으로 누웠을 때 18.3㎜Hg로 크게 올라갔다. 녹내장은 안압 상승으로 시신경이 눌리면서 시야가 좁아지다 실명에 이른다. 가능한 안압이 오르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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