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동화면제점 인근에 위치한 '도로원표'.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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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요즘은 내비게이션 없이 목적지를 찾아가기 힘듭니다. 과거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에는 지도가 필수였습니다. 운전자들은 출발전에 지도를 살펴보고, 주행 중에는 도로안내 표지판을 보고 목적지를 찾았습니다.
그래서 도로안내 표지판에 표시된 숫자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운전자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운전자들은 대부분 내비게이션에 의지하다보니 도로안내 표지판에 표시된 숫자의 개념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더군요.
특히 도로안내 표지판에 표기된 거리는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서울 30㎞'라고 표기돼 있으면 '여기부터 서울까지 30㎞ 남았구나'라고 생각하고 마는 것이지요. 그런데 서울은 엄청나게 넓은데 그 중 어디까지 30㎞가 남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먼저 도로안내 표지판에 표기된 숫자 중 꼭 알아야 할 숫자의 의미부터 파악해야 합니다. 국도에서 흔히볼 수 있는 도로번호를 나타내는 숫자가 있습니다. 이 도로번호는 남-북 방향의 도로는 홀수, 동-서 방향의 도로는 짝수로 표기합니다.
예를들어 세종시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연결된 '일반국도 43번'은 남-북 방향의 국도입니다. 또 전북 정읍에서 전남 순천까지를 연결하는 '일반국도 22번'은 서해안 방향에서 비스듬히 내려오는 동-서 방향의 도로지요.
동-서 방향의 도로는 서쪽이 시점(기점)이 되고, 동쪽이 종점이 됩니다. 남-북 방향의 도로는 남쪽이 시점이고, 북쪽이 종점이 됩니다. 통일을 대비해 남쪽을 시작점으로 만든 것입니다.
고속도로 종점 표지.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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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거리를 표기할 때도 시점이 있고, 종점이 있습니다. 이 시점과 종점은 일반국도나 지방도의 경우 각각의 기준점, 즉 '도로원표(道路元標, Starting point of mile posts)'를 기준으로 남는 거리를 표기하고, 고속도로의 경우는 '나들목(IC)'을 기준으로 표기합니다. 그리고 유명한 관광지는 주차장이나 명소, 고속버스나 열차는 출발·도착하는 터미널이나 역이 기준이 됩니다.
이런 기준은 도로법 시행령 제50조, 시행규칙 제23조 등에 명시돼 있습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특별시와 광역시, 특별자치시와 시·군 등에는 각 1개의 도로원표를 설치해야 합니다. 그 기준은 '광역시청·특별자치시청·도청·시청·군청 등 행정의 중심지', '교통의 요충지', '그 밖의 역사적·문화적 중심지' 등으로 명시했습니다.
이 기준에 따라 서울에는 광화문 세종로변 동화면세점 옆에 도로원표가 있고, 부산에는 부산시청 정문 옆 화단, 대구에는 경상감영공원 내에 있습니다. 각 지역간 거리를 말할 때는 이 도로원표간의 거리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고속도로의 경우는 도로원표가 아닌, IC가 기준이 됩니다.
그래서 같은 구간이라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느냐, 국도를 이용하느냐, 어떤 대중교통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표기된 거리가 다를 수 있습니다. 가령, 서울-대구간 거리는 고속도로상으로는 시점인 양재IC~동대구IC간 거리인 294㎞이지만, 일반국도에서 서울~대구간 거리는 300㎞를 넘을 수 있습니다. 광화문 도로원표에서 대구 경상감영공원까지의 거리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대구 '경상감영공원'에 위치한 '도로원표'.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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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고속버스를 이용할 때도 도로안내 표지판에 표시된 거리와 차량 내부에서 안내하는 거리가 다를 수 있습니다. 차량 내부에서 안내하는 거리는 출발지 터미널에서 도착지 터미널까지의 거리이고, 도로안내 표지판의 거리는 IC까지의 거리이기 때문입니다. 고속열차의 경우는 역까지의 거리지요.
고속도로에서 '서울 30㎞'라는 도로안내 표지판은 표지판이 설치된 곳부터 서울 양재IC까지 30㎞가 남았다는 말입니다. 일반국도에서 '서울 30㎞'는 광화문 도로원표까지 30㎞가 남았다는 의미입니다.
이제 내비게이션에서 안내하는 남은 거리와 도로안내 표지판에 표기된 거리가 다른 이유를 아셨나요? 짝수도로와 홀수도로, 동서남북으로 이어진 도로의 시작점은 서남, 종점은 동북이라는 점, 고속도로는 IC 기준, 국도는 도로원표 기준이라는 점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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