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겨진 시계 차고 기자회견…"큰 재앙, 하늘이 돌봐줄 것"
"21만명에 우한 방문 물어볼 행정력 안돼"…과천보건소서 검체 채취
큰절 사죄하는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
(서울·가평=연합뉴스) 박상현 양정우 권숙희 최재훈 기자 = 이만희(89)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이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말 죄송하다. 뭐라고 사죄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총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논란 이후 처음으로 이날 오후 3시 15분께 신천지 연수원인 경기 가평군 '평화의 궁전'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당국에서 최선의 노력을 했다"면서 "우리도 즉각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나 정말 면목 없다. 여러분들께 엎드려 사죄를 구하겠다"며 취재진 앞에서 큰절을 했다.
그는 이어 "당국에서 지금까지 힘든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해줘 고맙다"며 "고마움과 동시 정부에게도 용서를 구한다"면서 큰절을 한번 더 했다.
이 총회장은 "힘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정부에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면서 약간 울먹이는 듯했으며, 이어 전에 발표했던 특별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편지에서 "무서운 병이 왔는데 어느 부모가 그냥 보겠냐, 고치고자 하지 않겠냐"면서 "(코로나19는) 우리 개인의 일이기 전에 크나큰 재앙, 누가 잘하고 잘못(하고) 따질 때가 아니고, 하늘도 돌봐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서 이 총회장은 자가격리 여부와 진단검사 일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검사를 받으라고 연락이 와서 받았다"면서 "어떻게 됐는지 모르는데, 음성이면 그런 줄로만 안다"고 설명했다.
"언제 가평에 왔고 계속 있었는지 알려달라"는 질문에는 "이 사람(본인)은 한 군데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지난달) 17일에 왔다, 왔다갔다 했다"고 했다.
신천지 측은 이에 대해 "2월 17일에 와서, 29일에 검사받으러 나갔다온 거 말고는 없다"며 "'왔다갔다'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이 총회장이 이곳을 왔다갔다 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관계자 통해 질문 듣는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
이 총회장은 이날 회색 정장에 노란색 타이를 착용하고 안경과 마스크를 썼다.
또 절을 할 때는 '박근혜'라고 새겨진 시계를 착용한 모습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신천지 측은 이에 대해 "박근혜 시계는 5년 전에 한 장로가 줘서 받은 것인데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다"며 "정세균 국회의장 시절 받은 시계도 있는 걸로 안다. 가지고 있는 시계는 모두 선물받은 건데 직접 받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 총회장은 약 2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가려고 할 때 취재 열기로 장내가 혼잡해지자 "조용합시다, 질서 없으면 난장판 돼서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견장을 나서면서는 '엄지 척' 하는 포즈를 보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경기도 측은 이만희 총회장의 검체를 채취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실시하려고 했으나, 신천지 관계자에 의해 저지됐다.
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강제로라도 검체를 채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 총회장은 이날 오후 9시 15분께 과천보건소에서 검체 채취를 했다.
앞서 신천지 측은 이 총회장이 가평 HJ매그놀리아국제병원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신천지 운영진 측은 이 총회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1시간가량 보충 기자회견을 했다.
신도들이 우한에 다녀왔다는 의혹에 대해 신천지 측은 "국내 성도 21만명이 우한에 다녀왔는지 여부는 데이터 없고 21만명에게 물어볼 행정력이 없다"면서 "모든 장소가 폐쇄돼 소수 인원이 자료를 제출 중"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에서 이 총회장을 수사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조사받은 사람이) 최측근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현재 직책을 가진 사람 중에는 (아무도)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다"면서 "과거에 직책이 있었다가 지금은 교회에 나오지 않는 사람이 참고인 조사를 받지 않았을까"라고 밝혔다.
또 신천지 측은 명단 제출 과정이나 신천지 관련 시설 공개 관련 누락은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다.
이날 현장에는 200명 이상의 경찰 인력이 경비에 동원됐으며, 소독차가 도착해 주변 소독을 실시했다.
이 총회장 등 신천지 측이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가출한 신천지 신도 자녀를 둔 부모들이 팻말을 들고 항의성 시위도 벌였다.
'사이비 신천지 가출된 자녀들 코로나 검사 받게하라'는 팻말을 든 한 여성은 "코로나가 전국을 휩쓸고 있는데, 신천지 기숙사 골방에서 코로나에 걸려 신음하고 있을 딸을 생각하니 걱정된다"면서 "딸이 검사를 받도록 도와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내내 고함을 지르며 신천지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신천지 평화의 궁전 앞으로 지나가는 방역소독차 |
앞서 코로나19 확산 문제를 두고 책임론이 불거진 신천지 측은 살인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다.
서울시는 지난 1일 이 총회장과 12개 지파 지파장들을 살인 및 상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코로나19 전파 방지를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이만희 총회장 기자회견 예정된 평화의 궁전 |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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