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추가 금리인하…ECB·일본 시중 유동성 확충 전망
통화정책 효과는 `심리적 안정'…실물경제 영향은 지켜봐야
전격 금리 인하 배경 설명하는 파월 연준 의장 |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함에 따라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공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4일 dpa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코로나19 공포로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경제둔화가 현실화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영란은행, 한국은행 등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 등 통화정책 수단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연준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과 화상회의를 열고 3일 오전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1.00~1.25%로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연준이 공식 일정에 잡히지 않은 FOMC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내리고, 인하 비율도 평소 0.25%포인트의 2배에 달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처음이다.
이는 코로나19 대응이 그만큼 시급하고 중대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가에서는 연준이 상반기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추가로 더 내릴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20여곳의 신흥국이 올해 들어 현재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코로나19 확산 시 캐나다, 영국, 한국 등 선진국도 기준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호주는 전날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인 0.5%로 인하했다.
ECB와 일본은 사실상 제로 금리를 운용하고 있어 금리 인하 여력이 없기 때문에 다른 수단을 동원할 전망이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최근 5천억엔 규모의 국채매입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확충했으며 오는 12일 통화정책 회의를 앞둔 ECB는 우선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대상으로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 하는 라가르드 ECB총재 |
ECB와 일본은행은 전날 코로나19로 점증하는 불확실성과 경제적 위험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며 추가 대응 가능성을 언급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저변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하고도 상응하는 조치들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영란은행도 전날 영국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의 경우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 인하 속에 지난달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해 `안이한 결정'이었다는 일부 비판을 받는 가운데 세계적 흐름에 동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한국은행이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공조가 바로 경제회복에 큰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들의 조치가 코로나19 충격에 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응해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겠지만 당장 소비와 기업활동을 제고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벨기에 한 은행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영향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경제 시스템의 불확실성은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과거 911테러와 글로벌 금융위기, 유로존 부채 위기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공조에 나선 바 있다.
9.11테러 당시 연준과 ECB는 함께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며, 글로벌금융위기 때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와 함께 시중 자금 확충에 힘을 쏟았다.
통화정책 방향 설명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dae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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