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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세계 금리 흐름

코로나발 '돈의 탈출’ 막아라···금리인하 경쟁 붙은 중앙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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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Fed 3일 0.5%포인트 긴급 금리 인하

트럼프 “이제 막 중앙은행 경쟁대열 합류”

OECD 회원국 3분의 1 올 들어 금리 낮춰

코로나19 확산세 경제 피해 점점 악화

“늘 그래왔듯 제롬 파월과 연방준비제도(Fed)는 행동이 느리다.”

지난 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월 Fed 의장을 겨냥한 트윗을 날렸다. “독일을 비롯한 여러 중앙은행은 자국 경제에 돈을 밀어 넣는 조치를 단행했다. 다른 국가 중앙은행은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Fed를 ‘굼뜨다(slow to act)’고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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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급 금리 인하에도 미 증시는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 증시 전광판.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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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은 하루 만에 트럼프의 발언을 뒤집는 선공에 나섰다. 3일 Fed는 임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연 1.50~1.75%에서 1.0~1.25%로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오는 17~18일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정도 낮출 것이라는 시장 예측을 뛰어넘었다.

시장 예상보다 2주 앞당겨 임시 회의를 여는 방식으로 한 번에 0.5%포인트 금리를 인하하는 ‘빅 샷(Big Shot)’ 조치를 단행했다. 예고도 없었다. 정례 회의가 아닌 긴급 회의 형식으로 Fed가 금리를 낮춘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긴급 회동에도 Fed 위원 간 이견은 없었다. 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가 미국을 포함한 세계 금융시장, 산업 현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지자 Fed가 행동에 나섰다.

파월은 이런 ‘깜짝 카드’를 날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행동이 굼뜨다”는 비판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Fed 금리 인하 발표 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Fed는 금리를 낮췄지만 반드시 추가 통화 완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이제 막 다른 국가와의 경쟁 선상에 합류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지적은 크게 틀리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피해를 막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조치는 공조를 넘어 경쟁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이날 미국은 물론 호주와 말레이시아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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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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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본지가 분석한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11개국(29.7%) 중앙은행이 올해 들어 기준금리를 낮췄다. 이들 중앙은행 모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피해 사전 대응을 주요 이유로 내세웠다. 한국은행 등 아직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지만 곧 내릴 것이라 예고한 중앙은행도 많다. 코로나19발 기준금리 인하 행렬은 더 이어질 전망이다.

OECD의 경우 제로(0) 금리에 근접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부족한 선진국의 비중이 크다. 이런 OECD의 특성을 고려하면 3분의 1에 가까운 회원국 중앙은행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만큼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한 전 세계적 공포가 크다는 의미도 된다.

이날 경제연구기관인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1.3%로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 영향을 제외했을 때인 1.7%와 견줘 0.4%포인트 낮췄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성장률의 하향 조정이 각국 경제연구기관에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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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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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한국시간)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9만3023명, 사망자는 3201명으로 늘어났다. 전 세계 확진자 수 1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내놓은 ‘Fed 긴급 금리 인하 평가 및 전망’ 보고서에서 “긴급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에선) 안전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달 이후에도 (미국 Fed의) 금리 인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제로 (금리) 하한선에 근접하는 상황도 전개될 소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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