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3명이 나온 광주 남구 양림동 양림교회(예장합동) 예배당을 방역당국이 방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종교계를 향해 던진 모임 자제 요청과 당부가 벌써 4번째다. 천주교와 불교는 이미 그 제안을 수용해 동참하고 있는 반면, 일부 개신교는 코로나19 전면 확대에 따른 불안감이 가중하는 데도 제각각 행보를 보여 혼선이 빚어졌다.
수많은 개신교의 동참에도 불구하고, 일부 개신교의 모임 강행이 이어지면서 우려하던 사태는 현실로 나타났다.
광주시 남구 양림교회는 지난 1일 예배에 참석한 신도 중 3명이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예배 강행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인데도, 이 교회 담임 목사는 “예배 안 드리느냐고 문의 전화하지 말라. 교회에서 다 알아서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예배 참석자는 200여명 정도로 파악된다. 광주시는 결국 교회를 폐쇄하고 밀접 접촉자를 자가격리했다.
코미디 같은 상황은 사건이 터지고 난 후의 발언이다. 양림교회 관계자는 “지역사회에 민폐를 끼쳐 송구하다”며 “누구든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으면 예배를 강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대부분이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의 1%를 염두에 두고 답답한 마스크를 쓰고 떨어진 마스크를 구하려 수 시간을 기다리고 외출을 삼간다. 강제할 수 있지만, ‘특별한 상황’에 요구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하기에 당부와 요청, 권고를 앞세운다.
일부 기독교가 종교적으로 워낙 중대한 사안을 내세워 예배를 강행하면 교회 입장에선 ‘의무’를 다했다는 자기만족을 채울 수 있지만, 결국 더 큰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보다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커지는 불안감을 잠재우는 것이 절실한 상황에서 우이독경 식 행보로 불안감을 더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당부’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박양우 장관은 3일 기독교계를 만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종교집회를 자제해줄 것을 또다시 호소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이 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박 장관은 “지금은 코로나19 확산과 장기화의 중대한 고비”라며 “이를 막기 위해서는 당분간 종교집회를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며 종교계의 신중한 판단과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전 3차례 호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 당부를 듣는 척 마는 척하는 일부 개신교는 결국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될 때, 그 이유를 ‘우리가 드린 예배’ 때문이라든가, 그 결과를 ‘결국 우리 예배 모임과 별로 관계가 없지 않느냐’고 설명할지 모른다. 중요한 건 우리 모두 조금씩 희생하며 끈질긴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와 행동이 성숙했는가에 대한 자문이다.
그런 자문은 정부가 당부하고 이를 따를 때, 불편하지만 같이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할말하않’(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인식이 싹틀 때 부끄럽지 않은 행동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개신교 한 신도는 “모두 ‘전시’ 상황이라고 떠드는 대도 교회만 ‘나 홀로 강행’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라며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