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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제2난민 사태 될라…그리스 국경에 모인 난민 1만여명 “유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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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그리스와 접경 지역인 터키 서북부 에디르네 근처로 몰려든 난민들이 2일(현지시간) 음식을 배급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에디르네 AFP=연합뉴스


터키에서 해방된 이주민·난민들이 그리스 국경에 대거 몰렸다. 이들은 “유럽으로 보내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곳곳에서 국경 경비대와 충돌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으로 통하는 관문인 그리스는 국경을 봉쇄하고 난민들의 유입을 철저하게 막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그리스에 유럽연합(EU)은 약 9000억원의 재정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3일(현지시간) 그리스를 방문해 이주민 관련 대응을 돕기 위해 7억유로(약 93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그리스 국경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그리스 국경은 유럽의 국경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지난 2015년 난민 위기가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EU가 적극적으로 그리스 국경 통제에 나선 것은 유럽으로 밀려오는 난민들을 막는 방파제로 써먹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의 ‘방패’(shield) 역할을 하는 그리스에 모든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EU는 유럽국경·해안경비청(프론텍스) 소속 요원 100명을 그리스·터키 국경에 추가 배치하고 해안순찰선과 헬기, 차량 등을 포함한 군수 물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그리스 국경에는 500명 이상의 프론텍스 경비요원이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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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자국에 머무는 난민의 유럽행을 막지 않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인 1일(현지시간) 그리스와 국경을 접한 터키 파자르쿨레 인근 지역에서 난민들이 그리스 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이스탄불 AFP=연합뉴스


현재 그리스 국경에는 터키의 갑작스러운 국경개방으로 유럽으로 건너가려는 시리아·아프가니스탄 등 출신의 이주민 1만여명이 한꺼번에 몰려 대혼란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을 비롯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 등 EU 지도부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함께 헬기로 이곳을 시찰했다.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대표와 야네즈 레나르치치 EU 위기관리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터키 수도 앙카라를 방문해 4일까지 터키 고위 인사들과 만나 난민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는 국경을 개방하며 시리아 내전이 격화해 자국에 몰려드는 피란민을 더는 감당할 수 없고, EU가 협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그러면서 더는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민을 막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U는 이주민·난민의 유럽행을 차단하는 대가로 60억유로를 터키에 지원하기로 했다.

유럽 국가들은 터키를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터키가 부담을 견뎌내고 있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도 “터키는 EU와 합의한 의무를 계속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인간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서 “유럽연합(EU)은 터키에 한 약속 중 대체 어느 것을 지켰나. 약속한 60억 유로(약 8조원) 중 절반도 난민에게 지원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인도주의에 입각한 자발적 난민 수용은 시행되지 않았고, EU는 터키의 시리아 안전지대 계획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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