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고위험군 판단"…주민들 "황당하다…부정 배급" 감사 의뢰
평택보건소를 방문한 임신부가 한 공무원이 지인에게 박스째 마스크를 넘겨주는 광경을 목격한 뒤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났는데, 시는 신천지 교인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취한 조치였다는 입장이다.
폐쇄된 신천지 평택교회 |
평택에 거주하는 임신부 A씨는 4일 한 인터넷 게시판에 '평택보건소 공무원 마스크 부정배급 현장목격'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글에서 지난 2일 보건소를 방문했다가 한 공무원이 지인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마스크가 담긴 박스를 넘겨주며 "형님 잘 들어가요"라고 말했고, 상대방은 "그래 고맙다. 나중에 밥 한번 먹자"고 답하는 광경을 봤다고 적었다.
A씨는 많은 시민이 마스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공무원이 지인에게 개인적으로 마스크를 나눠준다고 생각해 감사실에 조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시측의 답변은 "신천지 간부에게 줬다"는 것이었다.
"취약계층이 아닌 신천지 교인에게 왜 마스크를 주느냐"고 묻자 "착오가 있었다. 신천지 교인이 아닌 방역 봉사활동을 하는 관계자에게 지급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A씨는 "뉴스를 보면 연일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고생하는 상황을 볼 수 있다"며 "보건소 공무원이 지인인지, 신천지 교인인지 모를 누군가에게 마스크를 부정하게 배포했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글의 댓글에는 "이런 일은 좀더 상위기관에 민원을 넣어 진상을 밝혀야 한다"거나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화가 치민다" 등의 의견이 달렸다.
평택보건소 측은 당시 마스크를 받아 간 사람은 관내 방역업체 관계자로, 시와의 계약이 종료됐는데도 자율적으로 방역 봉사를 해주는 상황이어서 마스크를 줬고, 박스에 담아 줬지만, 분량은 40장 정도였다고 밝혔다.
'오늘은 살 수 있겠지...' |
하지만 이 과정에서 평택시가 지난 2일 신천지 평택교회 신도들에게 마스크 2천장을 준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그것도 시에서 개별적으로 나눠준 것이 아니라 신천지 총무에게 2천장을 주고 신도들에게 나눠주라고 했다는 것이다.
한 평택시민은 "다른 지자체에선 신천지 교인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준다는 얘길 들은 적이 없다"며 "취약계층이나 일반 시민에게 돌아가야 할 마스크가 진짜 방역 봉사자에게 돌아간 게 맞는지도 믿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평택시보건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신천지 교인들이 고위험군에 속하다 보니 지역 주민들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지급한 것"이라며 "더구나 그동안 신천지 평택교회 총무가 연락이 닿지 않는 교인들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시에 협조를 많이 해줬는데 신도들에게 필요하다고 요청하길래 지원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기독교 등 다른 종교 기관에선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원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한편 A씨가 인터넷에 올린 글로 논란이 일자 평택시 감사실은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goa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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