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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스마트폰 통해 환자치료…세계는 지금 ‘디지털 테라퓨틱스’ 시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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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충분한 인프라에도 원격진료 반대가 ‘발목’

헤럴드경제

스카이랩스의 카트는 심장질환을 치료할 수는 없지만 진단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디지털 테라퓨틱스(Digital Thera peutics)’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

디지털 테라퓨틱스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을 말한다. 기존에는 기술을 환자의 건강 증진을 위한 서비스 제공에 이용하는 ‘디지털 헬스케어’에 머물렀다면 디지털 테라퓨틱스는 더 폭넓고 전문적인 개념이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환자의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 관리, 치료하는 과정에서 ‘근거 중심(evidence-based)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디지털 테라퓨틱스는 독립적으로 쓰이거나 기존 의약품, 의료기기 등과 병행되기도 한다. 임상시험과 인허가까지 거친 만큼, 보험 적용도 될 정도로 기존 치료법과 동일한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흔히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치료제인 ‘리셋(reSET)’을 디지털 테라퓨틱스 상용화의 첫 시도로 본다. 지난 2017년 9월 미국 FDA로부터 환자 치료 용도로 첫 판매 허가를 받은 피어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사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다. 리셋은 약물 중독 등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인지행동치료(CBT)를 수행하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약물 충동에 대한 대처법 등을 훈련시키는 앱으로, 환자들의 금욕 준수율을 22.7% 향상시키는 효과를 인정받았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2017년 11월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Abilify MyCite)’를 조현병 치료제로 승인하기도 했다. 아빌리파이 마이사이트는 일본 제약업체 오츠카의 조현병 및 조울증 치료제 ‘아빌리파이’에 미국 기업 프로테우스 디지털헬스(PDH)가 특수 제작한 센서가 내장된 형태다. 센서는 실리콘, 마그네슘, 구리 등 소화 가능한 성분으로 만들어졌다. 환자가 약을 먹으면 위산에 칩이 녹으면서 센서가 반응, 스마트폰으로 신호를 보내면서 의사가 환자의 복약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조현병 환자들이 복약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착안, 복약 순응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설리번은 디지털 테라퓨틱스 시장 규모가 2017년 20억5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35.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오는 2023년에는 64억2000만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라 내다봤다. 특히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은 2017년 8억8900만달러에서 2023년엔 44억달러로까지 수직상승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의 점유율도 2017년 43.3%에서 오는 2023년 65.7%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인프라는 충분하지만 원격진료가 가로막혔다는 점 등이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디지털 테라퓨틱스의 활성화에는 스마트폰과 여러 IoT 기기와의 연계가 필수다. 한국은 IoT 등 연관 산업의 인프라가 잘 구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짧은 기간 안에 효율적으로 임상을 진행하는 시스템도 강점이다.

그러나 20년 넘게 표류중인 원격진료 등으로 인해 치료 전 단계인 진단과 지속적인 관리 영역에서 부터 발이 묶인 상태다.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도 “카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격 진료가 된다면 만성 질환 환자들이 먼 거리를 오가지 않고도 약을 처방받는 등 지속적인 관리,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진다”고 전했다. 카트 외에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진단기기 등은 원격진료를 기반으로 한 것들이 많은데, 의료계의 반발로 시도 조차 요원한 상태다.

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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