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이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민주당, 비례정당 결단은 했지만 ‘난코스 예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오늘부터 이틀간 全당원 투표

기호 순번 앞당기기 위해 인위적 탈·복당할지도 고심

범여 다수 정당 연합전선 땐 이해관계 따라 파열음 가능성
한국일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12일부터 이틀간 비례대표연합정당(비례연합정당) 합류 여부를 묻는 전체 당원 투표를 실시한다. 당은 이미 8일 최고위원회의와 10일 의원총회를 거쳐 ‘연합정당 합류가 불가피하다’는 당내 여론을 다져 두었다.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이 당심을 좌우하는 만큼 연합정당 참여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이 원내 1당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넘어야 할 산은 첩첩이다.

◇누구와 손 잡고 만들까

당면 과제는 어느 세력과 연합정당을 만드느냐다. 연합정당 합류로 인한 중도층 표심 이탈을 최소화하려면 ‘조용하고 안정적인 대상’과 연합해 잡음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민주당은 한완상 전 부총리, 함세웅 신부 등 시민사회 원로들이 주축이 된 ‘정치개혁연합’,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지지했던 촛불집회 참여 세력이 중심이 된 플랫폼 정당 ‘시민을 위하여’ 등 2곳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2곳 중 정치개혁연합이 더 적극적이다. 연합정당을 민주당과 정의당 등 여러 정당들이 한 데 모이는‘진보 빅텐트’로 만드는 것이 이들의 구상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연합을 고려하고 있는 대상 중 일부는 자신들이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이 보여 선택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류를 했을 때 한쪽이 기득권을 가져가는 모양새를 피하고 싶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비판을 받더라도 민주당 주도로 제3지대에서 정당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전날 의원총회에서도 이런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다만 이 경우 ‘결국 민주당도 위성정당을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

◇인위적인 탈ㆍ복당 ‘꼼수’ 비판도

연합 대상을 선정하더라도 기호 순번을 앞당기는 문제가 남는다. 선거 투표용지의 후보자(정당) 게재 순위는 국회의원 다수 의석 순에 따라 1번부터 부여된다. 결국 민주당도 ‘의원 꿔주기’를 통해 연합정당 기호 순번을 상위로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미래한국당(5석)보다 앞 순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정당 투표에서 일반 유권자는 통상 1~4번 외 다른 번호를 찍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당장 민주당 내 불출마 의원과 경선 탈락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의원들 가운데 일부가 탈당을 한 뒤 연합정당으로 당적을 옮겨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출마하지 않는 의원들 사이에서 당에서 연합정당 합류 부탁이 오면 당적을 바꿔야 하는지 고민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이 경우 민주당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을 비판했던 ‘꼼수’를 되풀이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다수 정당 연합 시 파열음 불가피

다수 정당이 연합했을 때 나오는 파열음도 고민거리다. 범여권 정당이 합류 의사를 밝히면서 다수 정당 연합전선이 형성될 가능성은 커졌다. 하지만 정당 내부 교통정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 3당이 뭉쳐 만든 민생당에서 바른미래당계와 호남계 의원 사이에 합류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당 출신 김정화 공동대표는 “비례연합정당은 친문(친문재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합류 반대 의견을 냈지만 곧바로 대안신당 출신 유성엽 공동대표가 “민생당도 (연합정당) 합류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여러 정당이 연합정당이라는 우산 아래 모일 경우 이해관계에 따른 불협화음을 예고한 장면이다. 정봉주 전 의원이 친문 핵심 지지층을 모아 만든 ‘열린민주당’의 연합정당 참여 가능성에 대한 반감도 여전하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