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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재난 상황서 진가 드러낸 케이블TV 지역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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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송종현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고 지역사회 감염 단계로 접어들면서 대한민국 전역이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홍수, 태풍, 가뭄 등 익숙한 자연재난은 국지 형태로 발생하고 소멸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재난이다. 반면에 감염병과 같은 사회재난은 전국 다발로 발생하고 소멸 예측이 어려워 불안감이 증폭된다.

재난에 대한 인간의 불안 및 공포는 위험 강도와 불확실성 영향을 받는다.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재난 요인이 자신의 통제력 너머에 있다고 느낄 때 불안과 공포는 극대화된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게 된다.

특히 위험이 자신과 어느 정도 근접해 있는가에 대한 정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수천㎞ 밖에서 발생한 위험은 단순한 사건으로 인식하지만 자기 주변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현실 위협 대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감염 확산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국민이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관련 정보 습득에 열중하는 것 또한 본능에 따른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자신과 근접한 지역의 상세한 정보라는 점이다. 내가 거주하고 생활하는 지역에서 안전을 도모하는 데 필요한 정보의 가치가 가장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케이블TV 지역채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함을 느낀다. 지역채널이 커버하는 지역에서 지역민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고 안전에 필요한 적절한 정보 제공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케이블TV 지역채널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다수 지역채널이 재난특보 상시 체제로 전환해 지역 내 감염자 현황과 이동 경로, 폐쇄 및 방역 정보, 지역 내 보건소와 거점 병원 정보 등을 신속하게 제공하고 있다. 일부 지역채널은 감염병 예방과 대응 요령을 자체 제작 콘텐츠로 편성해 유튜브, 페이스북 등을 통해 지역민에게 제공했다.

지역채널을 통해 접하게 되는, 자신에게 익숙한 지리상의 공간과 기관 등에 관한 상세한 정보야말로 감염 확산으로 인한 불안감 완화에 큰 도움을 준다.

이처럼 케이블TV 지역채널은 전국방송이나 광역화된 지역방송이 수행하기 어려운 지역정보 제공에 적합한 매체라 할 수 있다. 이미 지역민에게 지역채널은 지역방송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지역민이 정보를 획득하는 중요한 매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도 지역방송으로서의 가치를 보여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제도 측면에서 볼 때 법률상의 지역채널 위상과 기능은 여전히 지역민의 인식을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지역채널에 대한 지역방송의 법 지위 부여 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인터넷(IP)TV 사업자의 케이블TV 인수합병(M&A) 이후 기대되던 지역채널에 대한 투자와 지역성 강화를 위해 검토된 정책도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직도 지역채널을 케이블TV 부가서비스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날로 쇠퇴하고 있는 지역방송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는 케이블TV 지역채널에도 동등하게 적용돼야만 한다.

다발 및 국지성 재난이 점차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채널을 지역방송으로 정립해 투자를 확대하고 지역성 강화 정책을 제도화하는 것은 지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 도모에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송종현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sch2182@sunmo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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