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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의학계 전문가들 “우한 코로나, 감기처럼 계절성 풍토병으로 남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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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적 백신 없다면 매년 발병하는 풍토병으로 전환될 것"
우한 코로나, 시간차로 확산중… 진정세 이후 ‘역유입’ 가능
빠른 치료제 개발 위한 全국가적 플랫폼 통합 절실

세계보건기구(WHO)가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으로 선포한 가운데 국내 의료계 전문가들은 효과가 입증된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우한 코로나가 끝내 종식되지 않고 풍토성 질환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풍토성 질환이란 특정 지역이나 인구집단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바이러스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중동호흡기증후근(메르스)과 감기 등이 꼽힌다. 이들 질병과 마찬가지로 우한 코로나 역시 마땅한 백신이나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없는 반면 전파력은 압도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원천적으로 종식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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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과총, 한림원 등이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의 중간점검’ 공동 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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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공동으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의 중간 점검 -과학기술적 관점에서’ 포럼을 개최했다. 온라인으로 생중계한 이 포럼에는 국내 바이러스학, 감염병학, 영상의학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현재 국내외 우한 코로나 상황과 향후 전망 등을 예측했다.

이날 첫 강연자로 나선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우한 코로나의 종식 가능성에 대해 "사람 간 감염을 차단하지 못하면 영영 막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는 현재 중국에서 시작해 주변국으로 시간차를 두고 확산하고 있는데, 이같은 시간차 확산은 사실상 역유입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에 대한 각국의 대처 능력은 진단, 검진, 의료 인프라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데 결과적으로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폐하려는 각국의 노력이 길어질수록 차폐의 가능성은 떨어지게 되고, 조기진단에 실패하면 지역사회 전파가 이뤄진다. 지역사회 전파가 본격화되면 각국 정부의 방역대책이 힘을 잃고 결국 의료 인프라가 무너진다. 의료 인프라의 붕괴는 치명률의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한 코로나가 완전히 차단되기보다는 풍토병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류가 원인 바이러스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사례는 천연두 단 하나뿐이다. 원인 바이러스를 차폐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이 개발되면 좋겠지만 상용화에 수 년이 걸릴 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풍토병으로 전환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우준희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도 우한 코로나가 계절마다 반복되는 질병으로 남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우 교수는 "해외의 일부 논문을 보면 코로나19에서 회복된 사람들에게서도 면역체계가 관측되지 않는다는 것이 보고됐다"며 "이는 계절성으로 감기처럼 코로나19가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감소시킬 수 있었지만 우한 코로나는 상황이 다르다. 사스는 증상이 나온 이후에 감염이 가능하다는 특징 때문에 여행제한, 공항검역 등이 용이했었다"며 "반면에 우한 코로나의 경우 무증상 감염 가능성이 있으며 더 폭발적인 전파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방역 차단에 의해 소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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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강원 춘천시의 한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우한 코로나 예방을 위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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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되고 있는 무증상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인정되는 추세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는 "그동안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확진자들에게서 본격적인 증상이 발현되기 24시간에서 48시간전부터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특히 증상이 경미한 발병 초기에 바이러스 분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온도 상승에 따른 바이러스 소멸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는 있지만 맹신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정용석 교수는 "기온이 올라가거나 습도가 낮아지면 바이러스의 구조 자체가 해체되기 쉬운 상태가 되기는 한다"며 "통상 신종 바이러스 대유행이 지나가고 나면 대부분의 지역사회에서는 방역이나 의료 인프라가 개선돼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의 치료제 정도는 마련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정부와 지역사회의 노력에 따른 것이지 자연적으로 바이러스가 소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학계 전문가들은 우한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한 규제 개선 문제와 플랫폼 효율화 등을 요구했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인체 실험에 대한 독성 문제가 해결된 약물이 1700여개 정도가 되는데 현재 속도라면 4월초나 중순에 치료제 후보 물질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식약처에서는 해당 물질을 사람에게 직접 투여하는 것을 주저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바이러스 치료제가 사람에게 투여되기 앞서 쥐부터 시작해 대동물(소⋅말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이 실시된다. 류 센터장은 "이 기간은 아주 길고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며 "또 약물에 대한 검토는 화학연구원에서 하고 실험은 생명연에서 하는 등 한 공간에서 진행해야 할 일들이 기관별로 분산돼 있기 때문에 약물을 더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플랫폼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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