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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종교계 이모저모

예배당에 음각된 한국 교회의 욕망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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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국교회,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 예배당 건축기행

주원규 지음/곰출판·1만5000원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10분쯤 걸으면 닿는 거리에 한국정교회 성 니콜라스 성당이 있다. 성당을 들어가본 이라면, 그가 기독교인이든 비기독교인이든 열에 아홉 무릎 꿇고 성호를 긋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아치 창으로 스며든 은은한 광선은 그리스도와 성모, 성인들을 형상화한 프레스코 벽화들에 부딪쳐 전방위로 비산하는데, 빛과 색채가 빚어내는 독특한 대기의 질감은 매혹과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이 양가적 감정 상태는 공간이 갖는 강력한 힘의 효과라고밖에는 딱히 설명할 도리가 없는데, 사람들은 그 힘에 이끌려 성호를 긋고 제단 앞에 엎드렸을 것이며, 그 행동(공간적 실천)을 통해 신에 대한 믿음을 키우고 다져왔을 것이다.

작가 주원규가 쓴 <한국교회,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는 한국 출판계에 흔치 않은 교회 건축 비평서다. 그나마 존재하는 교회 건축 비평이 대체로 예배당이란 건축 공간에 구현된 종교적 이념을 교회사라는 서사물과 적당히 교직하는 전형성에 매여 있다면, 이 책은 특정한 교회 건축물이 목회자의 철학과 교회공동체의 신앙적 지향, 지역사회 및 시대적 가치들과 대면하며 빚어내는 교호 작용을 기록문학 텍스트 쓰듯 세밀하게 그려낸다. 영락교회, 안동교회,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처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교회부터 사랑의교회, 명성교회, 충현교회, 소망교회 같은 대형교회, 정동제일교회와 체부동성결교회처럼 전통과 혁신, 보존과 변화의 갈림길에 선 교회들에 이르기까지, 예배당이란 공간 위에 음각된 한국 교회의 욕망과 도전, 실험과 굴절의 역사가 22편의 글모음에 오롯이 담겼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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