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투표층 4년 전보다 크게 늘어…민주당·공화당 모두 경선 투표자 증가
인물론보다 심판론 득세 가능성…네거티브 대선전 우려도
많은 지지자와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도 투표로 연결되지 않으면 허수다. 유권자가 투표소로 얼마나 나올지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는 뜻이다.
멀리 기억할 필요도 없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대선 전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겼지만,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였다. 힐러리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왼쪽부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조 바이든 전 부통령(CG) |
올해 미국 대선 때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투표층이 크게 늘었다는 조사가 나와 대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2015년 8~12월 전국 유권자 5만3천명, 2019년 8~12월 3만5천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확실히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년 전보다 7%포인트 상승했다.
인구 규모별로 인구 500만명 이상 대도시 권역에서 적극적 투표층은 8%포인트, 100만~500만명 권역에서는 9%포인트 올랐다. 반면 인구가 이보다 적은 권역이나 시골에서는 5%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플로리다,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이 결과를 보도한 로이터통신은 민주당에 유리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공화당 강세인 시골보다는 민주당 우세인 대도시 권역의 증가율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을 '푸른 물결'(Blue Wave·민주당 지지세)이라고 표현했다.
2018년 중간선거 때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 탈환에 성공한 것은 도시와 시골의 중간지대인 교외 거주자들이 '푸른 물결'을 타고 민주당 손을 들어준 영향이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투표율은 1914년 이후 중간선거 중 가장 높았다.
유세장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AP=연합뉴스] |
이런 경향은 민주당 경선에서도 확인된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3일 민주당의 '슈퍼화요일' 경선에 참여한 14개주 중 9개주를 분석했더니 투표 참여자가 2016년에 비해 33% 증가했다. 버지니아주는 증가율이 무려 69%였다.
지난 10일 '미니 화요일' 경선 때도 미시간, 미시시피, 미주리, 노스다코타 등에서 투표 참여자가 2016년보다 늘어났다. 특히 경합주 미시간에서는 38만명이 더 투표해 30%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은 투표 행렬이 길어지는 현상이 공화당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3일 공화당의 텍사스 경선 때 트럼프 대통령은 190만표를 얻었는데, 이는 민주당의 상위 1∼2위 주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 버몬트와 미네소타에선 역대 재선에 도전한 현역 대통령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2차 뉴햄프셔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을 준비할 때인 2012년에 얻은 4만9천표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3만표를 득표했다.
공화당은 빌 웰드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출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독주로 경선이 진행 중이다. 결과가 뻔한 시시한 경선임에도 공화당 경선 참여자가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라 게 미 언론의 평가다.
LA 시내에서 트럼프 찬반 시위 벌어져 |
이런 현상은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층 모두 상대를 향한 분노가 커지고 그 결과로 진영 간 결집이 이뤄지면서 이번 대선을 심판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경선에서 지지 후보를 정할 때 인물보다는 대선 승리를 우선시할 정도다.
슈퍼화요일 민주당 경선 때 NBC뉴스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투표자 10명 중 6명은 지지 주자 선택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니콜라스 발렌티노 미시간대 교수는 로이터에 "민주당 지지층이 매우 화가 나 있다"며 "많은 이들이 현 행정부를 헌법 질서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못지않게 민주당에 대한 공화당 지지층의 반감도 매우 커 보인다. 민주당이 추진한 대통령 탄핵이 오히려 지지층 결속으로 이어진 듯한 양상까지 보인다.
갤럽이 지난달 17∼28일 성인 1천2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 지지율은 공화당이 40%로 민주당(35%)을 앞섰다.
직전 조사인 작년 10월과 비교해 공화당 지지율이 6%포인트 상승한 결과인데, 이 기간은 의회가 민주당 주도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역시 같은 기간 41%에서 47%로 올랐다.
갤럽 컨설턴트인 메건 브레넌은 "공화당은 대통령 탄핵의 수혜를 본 것으로 여겨진다"며 "민주당은 호감도나 지지율에 별 변동 없이 비호감도와 비지지 응답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맥도널드 플로리다대 교수는 이번 대선이 60%대 후반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세기 이후 대선 최고 투표율은 1900년 73.2%였다. 이후 1960년이 62.8%로 두 번째였지만 올해 대선에서 이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는 것이다.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왼쪽)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EPA=연합뉴스] |
이런 흐름은 대선 본선이 시작되면 후보 간 공약 대결 못지않게 심판론이 큰 화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양당이 서로 물고물리는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유권자의 분노지수를 높여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유인한다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40% 밑으로 거의 떨어지지 않는 충성 지지층이 큰 버팀목이지만 그렇다고 50%를 넘어서는 경우도 드물어 고정 지지층에다 '플러스알파'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다.
민주당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 중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이 과제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이 후보가 된 뒤 낙담한 샌더스 지지층이 투표에 불참한 전례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뜻이다.
현 추세대로 바이든이 후보가 될 경우 약점으로 꼽히는 젊은 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것이 과제라는 지적도 많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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