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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반드시 투표" 심판론 커진 미 대선…누구에게 유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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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극적 투표층 4년 전보다 크게 늘어…민주당·공화당 모두 경선 투표자 증가

인물론보다 심판론 득세 가능성…네거티브 대선전 우려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오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변수 중 하나는 투표율이다.

많은 지지자와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도 투표로 연결되지 않으면 허수다. 유권자가 투표소로 얼마나 나올지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라는 뜻이다.

멀리 기억할 필요도 없다.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대선 전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겼지만,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였다. 힐러리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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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조 바이든 전 부통령(CG)
[연합뉴스TV 제공]



올해 미국 대선 때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적 투표층이 크게 늘었다는 조사가 나와 대선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2015년 8~12월 전국 유권자 5만3천명, 2019년 8~12월 3만5천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확실히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년 전보다 7%포인트 상승했다.

인구 규모별로 인구 500만명 이상 대도시 권역에서 적극적 투표층은 8%포인트, 100만~500만명 권역에서는 9%포인트 올랐다. 반면 인구가 이보다 적은 권역이나 시골에서는 5%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플로리다,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이 결과를 보도한 로이터통신은 민주당에 유리한 신호라고 해석했다. 공화당 강세인 시골보다는 민주당 우세인 대도시 권역의 증가율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현상을 '푸른 물결'(Blue Wave·민주당 지지세)이라고 표현했다.

2018년 중간선거 때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 탈환에 성공한 것은 도시와 시골의 중간지대인 교외 거주자들이 '푸른 물결'을 타고 민주당 손을 들어준 영향이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투표율은 1914년 이후 중간선거 중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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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장에서 연설하는 트럼프 [AP=연합뉴스]



이런 경향은 민주당 경선에서도 확인된다.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3일 민주당의 '슈퍼화요일' 경선에 참여한 14개주 중 9개주를 분석했더니 투표 참여자가 2016년에 비해 33% 증가했다. 버지니아주는 증가율이 무려 69%였다.

지난 10일 '미니 화요일' 경선 때도 미시간, 미시시피, 미주리, 노스다코타 등에서 투표 참여자가 2016년보다 늘어났다. 특히 경합주 미시간에서는 38만명이 더 투표해 30%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은 투표 행렬이 길어지는 현상이 공화당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 3일 공화당의 텍사스 경선 때 트럼프 대통령은 190만표를 얻었는데, 이는 민주당의 상위 1∼2위 주자를 합친 것보다 많다. 버몬트와 미네소타에선 역대 재선에 도전한 현역 대통령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2차 뉴햄프셔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을 준비할 때인 2012년에 얻은 4만9천표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3만표를 득표했다.

공화당은 빌 웰드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출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독주로 경선이 진행 중이다. 결과가 뻔한 시시한 경선임에도 공화당 경선 참여자가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라 게 미 언론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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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시내에서 트럼프 찬반 시위 벌어져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의 텃밭 가운데 하나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를 방문한 지난달 18일(현지시간) LA 시내에서 트럼프 찬반 시위대가 언쟁을 벌이고 있다. leekm@yna.co.kr



이런 현상은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층 모두 상대를 향한 분노가 커지고 그 결과로 진영 간 결집이 이뤄지면서 이번 대선을 심판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경선에서 지지 후보를 정할 때 인물보다는 대선 승리를 우선시할 정도다.

슈퍼화요일 민주당 경선 때 NBC뉴스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투표자 10명 중 6명은 지지 주자 선택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니콜라스 발렌티노 미시간대 교수는 로이터에 "민주당 지지층이 매우 화가 나 있다"며 "많은 이들이 현 행정부를 헌법 질서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못지않게 민주당에 대한 공화당 지지층의 반감도 매우 커 보인다. 민주당이 추진한 대통령 탄핵이 오히려 지지층 결속으로 이어진 듯한 양상까지 보인다.

갤럽이 지난달 17∼28일 성인 1천2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보면 정당 지지율은 공화당이 40%로 민주당(35%)을 앞섰다.

직전 조사인 작년 10월과 비교해 공화당 지지율이 6%포인트 상승한 결과인데, 이 기간은 의회가 민주당 주도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 역시 같은 기간 41%에서 47%로 올랐다.

갤럽 컨설턴트인 메건 브레넌은 "공화당은 대통령 탄핵의 수혜를 본 것으로 여겨진다"며 "민주당은 호감도나 지지율에 별 변동 없이 비호감도와 비지지 응답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맥도널드 플로리다대 교수는 이번 대선이 60%대 후반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세기 이후 대선 최고 투표율은 1900년 73.2%였다. 이후 1960년이 62.8%로 두 번째였지만 올해 대선에서 이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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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왼쪽)과 조 바이든 전 부통령 [EPA=연합뉴스]



이런 흐름은 대선 본선이 시작되면 후보 간 공약 대결 못지않게 심판론이 큰 화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양당이 서로 물고물리는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유권자의 분노지수를 높여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유인한다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40% 밑으로 거의 떨어지지 않는 충성 지지층이 큰 버팀목이지만 그렇다고 50%를 넘어서는 경우도 드물어 고정 지지층에다 '플러스알파'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제다.

민주당은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 중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이 과제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이 후보가 된 뒤 낙담한 샌더스 지지층이 투표에 불참한 전례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뜻이다.

현 추세대로 바이든이 후보가 될 경우 약점으로 꼽히는 젊은 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것이 과제라는 지적도 많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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