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힌 서울의 한 유치원 정문. 정부는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을 4월 초까지 연기했습니다. [사진=아시아경제 김현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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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을 4월 초까지 2주일 더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반대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지만, 감염병의 확산을 막는다는 대전제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입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현실화 되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주요 국가들도 다급하게 휴교를 실시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가장 중요한 방역 조치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개학을 연기하는 것이 감염병의 확산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까요?
개학 연기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고3 학생들의 대입 지원 등을 둘러싼 복잡한 학사일정의 조정문제, 맞벌이 직장인들의 육아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미 개학한 미국에서는 이런 문제점들로 휴교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라고 합니다.
휴교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수업 취소를 넘어 훨씬 복잡한 문제를 야기한다"면서 "육아나 학교 급식을 해결하기 어려운 빈곤가정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대로 찬성하는 사람들은 "학교 폐쇄는 전염병 확산을 막을 가장 효과적인 방화벽이며, 백신 개발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찬성파는 대체로 과학자들입니다. 실제 과학자들은 어떤 근거로 개학 연기나 휴교가 감염병 확산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요? 최근 영국의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연구팀은 "휴교가 감염병 확산을 막는데 도움이 되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시행될 경우 감염병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증상이 나타난 환자의 7일 자가격리 ▲환자 및 가족 14일 격리 ▲70세 이상 고령자의 사회적 거리두기 ▲전 연령대 사회적 거리두기 ▲초중고 전면 휴교·대학의 필수연구자 등 25% 출근 등 5가지 방역 조치를 함께 실시했을 때의 효과를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각 정책을 시행했을 때 10만 명당 필요한 집중치료병상(ICU) 수가 얼마나 줄어드는지에 대한 비율을 계산했습니다.
증상 환자 7일 격리는 33%, 증상 환자 격리 및 가족 자가격리 동시수행은 53%, 휴교는 12~14% 정도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또 여러 조치를 동시에 시행할 경우 효과가 더욱 커졌는데 증상 환자 격리와 가족 자가격리, 70대 이상 사회적 거리두기 등 3가지 조치를 동시에 시행하면 ICU 수가 67%나 줄었습니다. 여기다 휴교 조치를 더할 경우 감소폭은 최대 14%p까지 늘어나 81% 이상의 감소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프랑스 연구팀도 최근 휴교와 재택근무를 동시에 실시하면 방역 효과가 훨씬 커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감염 확산 초기에 8주 휴교 조치만 시행할 경우 확산 최고 정점을 한 달 늦출 수 있지만 최대 감염자 수는 10%p 정도 줄이는데 그쳤습니다. 그러나 성인의 25%가 재택근무를 할 경우 확산 최고 정점을 두 달 정도 늦추고 환자도 40%p 가까이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가 코로나19의 유입을 막기 위해 전 세계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특별입국절차를 확대 적용한 19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의 모습. [사진=아시아경제 문호남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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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다른 전염병의 경우에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습니다. 2009년 런던 왕립대 사이먼 코케메즈 박사팀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염병이 유행하는 기간의 휴교 조치는 전체 감염을 15% 정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으며, 감염이 정점에 달했을 때는 휴교가 40% 안팎의 큰 감소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연구팀은 1918년 스페인 독감 유행 이후부터 이뤄진 각종 휴교 조치가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연구팀은 어린이들이 충분히 격리되지 않았거나 정책 결정이 늦어질 경우 감염 확산을 막는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우의 예로 2008년 홍콩, 1957년 프랑스, 1918년 미국 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국가는 이 시기 이미 전염병이 정점에 다다랐는데 뒤늦게 휴교에 들어가 전염병 예방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팀은 "5가지 정책을 5개월간 동시에 수행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면서 "증상 환자 7일 격리와 전 연령 사회적 거리두기를 필수이고, 가족 자가격리와 휴교를 적절히 실시해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여기다 프랑스 연구팀의 주장처럼 재택근무가 함께 시행되면 더욱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밀린 학사일정을 비롯해 파생되는 다른 문제점들은 추후에 논의해도 됩니다. 당장 감염 확산을 막는 것이 급선무 아닐까요? 사회적 거리두기에 모두가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코로나19를 하루라도 빨리 극복하는 방법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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