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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미성년자 성노예로 부린 'n번방 박사'…신상공개 청원 2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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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공유하는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일명 ‘박사’로 지목되는 20대 남성 조모씨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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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하고 이를 ‘텔레그램’에 유포·부당이득을 취한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 ‘박사’로 추정되는 20대 남성 조모씨가 구속됐다. 경찰은 조씨의 신상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음란물 제작·배포 등)로 조씨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원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강요해 음란물을 제작하고 이를 유포해 막대한 이득을 취했으며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가했을 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왜곡된 성문화를 조장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엄중하다”고 사유를 밝혔다.

이어 “불법으로 취득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고지하는 등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가 있다”면서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도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지난 18일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는 텔레그램에서 ‘n번방’이라 불리는 대화방 중 하나인 ‘박사방’에서 미성년자 여성의 성착취 영상을 유포한 닉네임 ‘박사’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경찰은 조씨가 다수의 여성에게 개인정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하고 이를 텔레그램에 올린 뒤 해당 방의 입장료를 암호화폐 등으로 받아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박사’ 신상공개 청원 20만 넘어…경찰 “검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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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의 신상을 공개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섰다. 사진 청와대 청원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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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가 구속되면서 그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게재 이틀 만인 20일 공직자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어섰다. 청원인은 해당 글에서 “타인의 수치심을 가벼이 여기는 자에게 인권이라는 단어는 사치”라면서 “어린 학생들을 지옥으로 몰아놓은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워달라”고 요구했다.

여러 여성단체로 구성된 ‘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팀’도 19일 서울중앙지법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는 신상정보가 모두 공개돼 평범한 일상을 보내기 힘든데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며 신상공개를 촉구했다.

경찰은 이 같은 요구와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조씨의 신상 공개를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익과 부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상 정보 공개 심의위원회에 안건을 올릴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충분한 범죄 증거가 있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나이 등을 공개할 수 있다.



강력 처벌은 글쎄?...졸속 입법된 '1호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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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당시 국회는 국민 청원 10만명을 넘겨 심사 기준이 된 텔레그램 n번방 관련 청원의 취지가 개정안에 담겼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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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 공개와는 별도로 구속된 조씨가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합당한 처벌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가해자가 재판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다크웹 아동성착취 사이트 ‘웰컴투비디오’를 운영하다 지난 2018년 기소된 손모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1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됐다가 항소심에서 1년 6개월을 받고 복역 중이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10월 경찰청이 미국·영국 등 32개국 수사기관과 다크웹에 개설된 아동음란물 사이트를 수사해 손씨를 비롯해 300여 명을 검거했다고 발표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돼 탄생한 것이 ‘텔레그램 n번방’이었다.

사건이 알려지고 청와대와 국회 청원 게시판에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수사 역량과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원이 잇따랐다. 특히 국회 청원의 경우 지난 1월 등록돼 법안 심사 기준인 10만명을 넘어서며 입법화 기대감이 커졌다.

당시 청원인이 요구한 사항은 크게 세 가지였다. 디지털성범죄 특성상 서버가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국제공조수사 강화’, 신속한 사건 수사를 위한 ‘디지털성범죄전담부서 신설’, 2차 가해 방지 등을 위한 ‘양형기준 강화’였다.

그러나 입법화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국회는 3일과 7일 “디지털 성범죄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제1호 국민동의청원’의 목소리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반영됐다”고 홍보했지만 사실과 달랐다. 법사위에도 오르지 못했다. 실제로는 ‘딥페이크 포르노 처벌법’이었을 뿐 청원자의 요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n번방’ 사건을 최초 청원한 ‘프로젝트 ReSeT’은 “딥페이크 합성 범죄는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성범죄 유형 중 하나일 뿐”이라며 “청원안의 취지대로 디지털성범죄 전반에 대해 실질적 단속 강화 및 처벌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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