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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젊고 건강한 사람 과도한 면역반응 발생…다른 정상조직까지 유탄 맞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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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코로나19' 확진자 과도한 면역반응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위독 / 방역당국, 전문가들과 논의해 별도의 치료 지침 마련키로

세계일보

지난 18일, 17세 고교생이 폐렴 증세로 사망한 대구 영남대병원. 연합뉴스


20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과도한 면역반응인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으로 위독해지는 상황이 발생하자 방역당국이 전문가들과 논의해 별도의 치료 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뉴스1이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아니지만 지난 18일 영남대의료원에서 두통과 폐렴으로 입원치료를 받다가 숨진 17세 고등학생도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 폭풍 증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력이 특정한 이유로 너무 강해져 대규모 염증반응이 불필요하게 생기는 증상이다. 이로 인해 장기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호흡곤란 증세가 심해져 사망으로 이어진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1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임상 일선에 있는 전문가들 의견을 통해 치료에 대한 여러 지침 등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20대 환자가 사이토카인 폭풍이 의심된다는 의료기관 주치의 판단이 있었다"며 "다만 현재 해당 환자는 위중한 것은 사실이나 조금 더 위중도가 올라간 상황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방역당국과 대구시에 따르면 주치의가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판단한 20대 확진자는 현재 경북대병원 음압격리병상에서 치료 중이다. 이 확진자는 폐 일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에크모(ECMO, 기계식호흡장치)의 도움을 받아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20대 위중환자다.

이 환자의 기저질환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사이토카인 폭풍 증상이 건강 상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이 환자의 젊고 강한 면역체계와 기저질환이 서로 맞물려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데 지렛대 역할을 했다는 해석이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나 균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체내에선 이를 공격하기 위해 면역세포들이 활성화된다. 하지만 정상 수준을 넘는 사이토카인 폭풍 현상이 발생하면 이 면역세포들은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고령의 기저질환자가 아니라도 10~30대 젊은 연령대 모두에서 발생할 수 있다. 위중 상태가 아닌 중증 환자 중에서도 20대가 1명 있다는 게 방역당국 설명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젊고 건강한 사람은 병원체가 몸속에 침입하면 맹렬하게 바이러스를 공격하는데 역설적으로 이때 과도한 면역반응이 발생하면서 다른 정상조직까지 유탄을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0~20대 젊은 층도 더는 코로나19 무풍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온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도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지켜야 하지만, 20대는 외부 활동이 활발한 만큼 가족과 지인 등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성이 커 주의가 요구된다. 21일 0시 기준 국내 확진자 8799명 중 20대가 2380명(27.05%)에 달한다. 확진자 수도 하루 동안 15명 늘었다.

한편 위중 상태 확진자가 주로 사용하는 에크모는 폐 기능이 호전될 때까지 생체신호를 유지하는 의료기기로 환자 몸 밖에서 심장과 폐 역할을 대신한다. 마찬가지로 위중 환자에게 적용되는 인공호흡기는 폐질환 이상이나 마취 후 수술 시 인공적으로 호흡을 조절해 폐포에 산소를 불어넣는 의료장비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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